[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하우스푸어, 웨딩푸어, 에듀푸어 등 우리 사회는 ‘푸어(poor)’라는 단어가 넘쳐난다. 번듯한 직업과 소득이 있지만 부채에 짓눌려 가난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이런 푸어들이 두려워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금리’ 혹은 ‘이자율’ 상승이다. 역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자 부담은 여전히 버겁다. 1% 포인트라도 이자율이 오른다면 가계나 기업 살림살이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금리 상승을 예상해 대응에 나선 움직임이 포착됐다. 유럽 기업들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서둘러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자로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9월 첫 주까지 유럽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액수는 전년동기 대비 14% 늘었다. 채권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우려로 불안정한 상태인데도 말이다. WSJ는 기준 금리 상승 전 채권 조달비용(이자율)이 낮을 때 미리 자금을 확보해 놓자는 기업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채 등 연준 고위 인사들도 금리 인상 등 QE 축소를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내년이 될지 후년이될지 시점만 뚜렷이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의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들은 경기둔화에도 기준 금리를 올려야만 했다. 외환 위기로 인한 경기부진을 걱정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기업들이 올린 막대한 무역 흑자가 없었다면 이들과 비슷한 꼴을 당했을지 모른다.
금리 상승이 현실화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가계는 큰 빚을 내야하는 소비를 피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수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과서적인 대책이긴 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국민들이 빚을 내 비싼 집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또한 중소 수출 기업은 지원 부족에 시달리고 대기업은 규제 개혁의 대상으로 단죄되곤 한다. 정부만 믿고 살기에는 우리 ‘푸어’들의 미래가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