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는 한때 분명 ‘엘리트 코스’였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진지하게 진학을 고민했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능력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그러나 입교 이후의 교육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획일적 교육, 폐쇄적 문화, 질문을 억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능동성과 창의성은 빠르게 희석됐다. 전장을 주도할 지휘관이 아니라, 조직에 순응하는 인재를 길러냈다는 비판이 반복되는 이유다. 교육의 전문성과 유연성, 개방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문제는 지금의 사관학교가 더이상 상위권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교가 아니라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쟁률은 여전히 수십 대 1에 달하지만, 다수의 허수 지원자가 포함된 거품이다. 이미 300점 만점 1차 시험 합격선이 200점 밑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올해 160점대 합격자도 나왔다는건 상징적이다. 민간 대학에서 이 정도의 커트라인 하락세를 경험했다면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뒤따랐을 것인데, 우리 군은 쉬쉬하고 있다.
장교라는 직업의 매력 저하, 군 조직의 경직된 이미지, 복무 환경에 대한 인식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입시 제도 자체의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관학교 입시 처럼 불친절한 제도도 없다. 이제 갓 스물이 안된 어린 친구들을 상대로하는 가장 공정해야할 절차가 가장 패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력기준을 비롯한 모든 사항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곳은 사관학교가 유일하다. 불리하면 경쟁률도 발표하지 않고, 지난해 성적이나 체력지표, 내신 상황 등 아무도 것도 알 수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지난해 대입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시대에 여기만 ‘깜깜이’다.
전형 구조 역시 부담이다. 1차 필기시험 이후 면접, 체력검정, 신체검사 등을 거쳐 최종 합격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일반 대학 수시 전형과 병행해야 하는 수험생에게는 시간과 기회 비용이 상당하다. ‘진성 자원’을 가려내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지원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재를 끌어와야 할 제도가 오히려 걸러내는 장치로 기능하는 역설이다.
여기에 통합 사관학교의 지방 이전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은 분명 타당하다. 그러나 교육 환경과 생활 인프라, 접근성은 수험생의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지원자 풀이 약화된 상황에서 입지 조건까지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인재 유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수 교수진과 민간 전문 인력 유치 역시 마찬가지다. 통합에만 매몰돼 어떤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올려 어떤 직업군인을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의 기술이 아니라, 인재에 대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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