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의원이 주도로 결성한 국회 연구모임 ‘유니콘팜’은 30여명의 여야 의원들이 모여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초청해 그들의 현실을 듣고 입법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한 예로 유니콘팜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약 배송’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의사·약사·환자들의 의견을 묻는 이번 설문조사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연장선에서 실시됐다.
지난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강 의원은 원격 진료 시범 사업 결과와 의미를 설명했다. 의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여러 의료 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사실 원격진료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의료 종사자 관련 단체가 우리 사회 내 강력한 이익집단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이 같은 상황에도 강 의원은 “챗GPT가 판례 분석을 하는 세상”이라면서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배척하기보다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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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관련해 의료 업계 내 반대 의견이 거세다.
△지난 6월 시작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이 이달 말 끝난다. 이와 관련해 약을 배송받는 것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의사와 약사,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관련 단체에서 크게 반발했다. 이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 때 밖에 나오지 못할 때 많은 환자들이 비대면으로 진료 받았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병원에 직접 가는 게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맞춰 진료를 받기 어렵고 아이가 둘인 가정주부는 아이 한 명만 놓고 병원에 갈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따라 법제화를 하려고 하니까 업계에서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발을 빼는 모습이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자 중심의 사고로는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설득과 상생의 길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로톡도 수 년째 논란이다.
△챗GPT가 4.0까지 나왔다. 그게 판례 분석을 한다. 누가 나를 고발했다고 치자. 챗GPT에 판례를 물어보면 쭉 나온다. 온라인 법률 중개 시장을 놓고 10년을 끄는 사이 인공지능이 판례 분석을 하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 언제까지 붙잡고 싸울 것인가? 수임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변호사들의 걱정은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는 맛집을 검색해 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잘되는 맛집은 더 잘된다. 그렇다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법률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얼른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샌가 판례분석은 챗GPT가 다 할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초기자본 확보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도움을 줄 방안은 있는지?
△최근 스타트업들의 자금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시장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가 안 된다. 그래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가 얼마 전 엑시트를 했다. 그가 스타트업 투자사를 한다고 한다. 정말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김 창업자는 자신의 자산 중 절반을 기부하고 나머지 절반으로 엔젤 투자(스타트업 초기 투자)를 한다. 이게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더 나와야 한다.
-국회가 이런 초기투자사에 과세 혜택 등을 주는 입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혜택을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미 검토해본 입장에서 그렇다.
-어떤 게 어려운지?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재단을 만들어서 운영해보려는 게 있다. 이를 통해 사회 공헌을 하려고 한다. 엔젤투자사를 만들려는 창업자들도 있다. 그런데 재단 등을 통한 편법 승계나 상속 우려가 있다. 관련 입법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 정도로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ICT기업 간 공존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우리나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 받은 플랫폼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무조건 나가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자신의 독점력을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 시장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가 돼야 한다. 따라서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이 더 작은 스타트업과 경쟁하고 누르려고 하면 안된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의 시장을 빼앗아 오는 게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트(창조) 마켓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한테도 얘기한 바 있다. 지금은 시중은행 앱과 경쟁하는데 “응원한다, 밀리지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2, 제3의 플랫폼이 나오면 여기서 머물면 안된다. 해외 나가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진출,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한국이 글로벌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첫번째가 영어 통용이다. 두 번째가 존댓말 안 하기. 세 번째가 다인종 국가다. 그렇게 된 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홍콩, 싱가포르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는 한 가지 더 발목을 잡는 게 있다. 바로 규제다.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갔고 바이오헬스 기업을 만났다. CES에 있는 한국계 기업들이었는데, 미국 시장에서 잘 성장했다. 그런데 한국은 안 간다고 한다.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예를 들겠다. 원격 영어회화 기업 ‘링글’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회화 선생님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같은 류의 사업을 하는 미국 회사는 상장까지 노릴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링글은 그 정도까지 못 갔다. 선생님 자격 요건부터 한국에는 엄격한 규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졸 이상이어야 하고 마약 투약 등의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바이오헬스 기업들은 한국에서 사업을 안 한다고 한다. 한국 시장이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닌데,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에는 규제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