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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과잉입법 망국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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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호 기자I 2023.08.07 06:15:00
[노정란 명지대 미래융합경영학과 교수] 오천년 중국 역사에는 수많은 국가가 흥망성쇠를 거듭했는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지금도 큰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춘추전국시대를 종결시키고 사상 처음 통일왕조를 형성한 진(秦)나라는 오래 존속하지 못하고 불과 15년 만에 멸망한다. 진제국 멸망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중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법치라는 명제하에 과도한 입법으로 국민의 정상적 생활이 위축되고 국가 전체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짐으로써 결국 멸망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진을 굴복시키고 수도 함양에 진주한 한(漢)고조 유방은 이점을 간파해, 살인한 자, 상해한 자, 도둑질한 자를 처벌한다는 법만을 남기고 다른 법은 모두 폐지한다고 공포해 오랫동안 온갖 가혹한 법에 시달려 왔던 민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게 된다. 사실 진나라의 법치주의는 초기에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고 매우 유효한 정책으로서 작용해 천하통일의 기초가 된 이념이었으나, 점차 장점은 퇴색되고 국민의 세세한 일상생활마저 위협하는 입법이 난무하고, 내용도 상식을 넘는 가혹한 수준으로 변질됐다. 법을 집행하는 관리들조차도 상호모순되고 복잡하며 또 너무도 많이 존재하는 여러 법을 다 인지하지 못해 법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 국회가 이런 과도한 입법의 폐해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우리는 국회를 법을 만드는 입법부라고 부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법을 계속 ‘대량생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초 의회는 국민의 대표가 법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군주의 독재적 입법을 막기 위해 민중의 투쟁을 통해 얻어낸 산물이다.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입법을 저지한다는 의미 또한 큰 것이다.

법률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극히 상식적인 국민의 시선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입법문제를 생각해 보면 문제가 많다.

우선 국회의원 스스로도 법률안을 계속 많이 발의 하는 의원이 일을 열심히 하고 유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듯하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의원별 법률안 발의 건수를 조사, 공표하고 마치 법률안 발의 건수가 의원의 활동지표인 양 선전하고 있다.

사실 나라의 각종 문제의 원인은 제도나 법률 조직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법이나 조직을 유효하게 활용하지 못할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너무 많은 제도나 조직 또는 법률이 서로 엉켜 조화를 이루지 못함에 따른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쉽게 새로운 행정조직을 만들거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어쩌면 하수들이 선택하는 방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특정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조직의 신설이나 새로운 법률의 제정은 미시적으로는 당해 문제를 해결한 듯이 보여 성과를 낸 듯 하지만, 사실은 다른 부문에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률의 신설은 그 특성상 경직적 성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국회의 입법사례를 보면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입법과정에서 다수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되면서 과도한 입법이 양산되고 있다. 말초적인 포퓰리즘에 휩쓸린 법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당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입법권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적법 절차를 거쳐 폐기된 법안을 대체입법이라는 꼼수로 살려 밀어붙이려는 행태는 의회 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중국 고사에서 보듯 과잉 입법으로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무분별한 법률안을 발의하는 의원들보다 대다수 국민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국가의 장래를 길게 보고 활동하는 의원들을 보고 싶은 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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