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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소프라노 박혜상이 무대에 올랐다. 전날까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활약했던 소프라노 율리야 네즈네바의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공연 전날 바뀐 캐스팅이었다. 퍼셀, 모차르트의 아리아에 이어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 성사의 계기가 된 대표곡 로시니의 ‘방금 들린 그 목소리’는 이전에 연주 예정이었던 모차르트의 아리아와 결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견에 가까운 오케스트라와 앙상블이었지만, 슈텐츠의 노련함과 단원들의 집중력으로 어려운 순간을 절묘하게 넘겼다. 박혜상은 탄력 있고 변화무쌍한 소리와 매혹적인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공연의 대미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장식했다.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예술감독을 하던 시절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을 벤치마킹해 창단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이제 축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창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브루크너의 길고 꽉 찬 교향곡 연주를 시작했다. 슈텐츠는 청중의 귀를 단 1초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집중력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비슷한 동기와 주제들이 수수께끼처럼 얽혀 환상적이며 다채로운 음향이 계속 펼쳐졌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완급 조절을 하며 마치 브루크너의 말년 성취를 음악으로 표현한 듯 환희에 가득 찬 빛나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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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제는 초창기 벚꽃 시즌이 지난 이후로 개최 시기를 정해 새로운 방문객의 수요를 창출했다. 올해는 꽃이 피는 계절과 맞물리면서 만개한 벚꽃과 바다의 풍광이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잔향 계산과 설계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슈박스(직사각형의 공연장) 형태의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또한 연주자와 관객이 더욱 몰입하고 그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몫을 했다.
통영은 이제 국제적인 음악도시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부침 속에서도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통영국제음악제 또한 잘 성장한 성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