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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평상시였다면 해외여행을 비롯한 각종 이유로 인산인해를 이뤘을 공간이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면서 텅 빈 공간이 돼버렸다. 비행기 스케줄에 따라 일부 노선만 운영하는 탓에 12개 탑승수속 카운터 대부분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그 고요함을 뚫고 공항을 찾은 이들은 해외 유학생이거나 관광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새해 소망을 품고 있었다.
중국 광저우 노선 탑승수속이 이뤄진 J 카운터에 만난 중국인 유학생 짱즈쉔(張子軒·23세·남)씨는 자신을 만나게 위해 방한한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고 했다. 요즘에는 2주간 의무 자가격리로 입국이 어렵지만 이날 중국으로 돌아가는 짱즈쉔씨의 친구는 한 달여 전 입국해 자가격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한국에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짱즈쉔씨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친구가 한국에 못 올 뻔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떠난다는 아쉬움보다 다행이라는 마음이 크다”며 “절친한 친구가 올해에도 한국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 사이로 용기를 내 해외여행 길에 오르는 내국인도 적게나마 보이기는 했다. 자매인 김다영(25세·여)씨와 김서우(20세·여)씨는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위해 두 시간 전 공항에 도착했다. 싱가포르는 방역이 우수한 국가 간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약 체결 국가로 입국 후 2주간 의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해외여행을 즐긴다는 김다영씨는 올 한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다른 국가도 방문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다영씨는 “동생이 싱가포르에서 유학 중이라 자주 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른 나라도 여행하고 싶다”며 “올해 하반기 해외여행 계획을 짰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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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 정말 행복했지만 정부의 방역대책 강화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고향 부산의 맛집과 명소를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했다. 유학 중인 아들과의 짧은 시간을 이야기하던 권씨는 “지난 1년간 타지에서 많이 쓸쓸했을 텐데 집에 와서도 딱히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권씨는 “큰아들이 올겨울에 다시 귀국할 텐데 그때는 맛있는 음식 다양하게, 배불리 먹이고 싶다”며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올해는 꼭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 직원들도 올해는 해외 입·출국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공항 내 식당을 찾은 손용갑(54세·남) 아시아나에어포트 팀장은 “지난 2년간은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33년여간 항공 지상조업을 담당해온 그는 코로나로 멈춰버린 공항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외환위기 때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하늘길은 닫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상조업사는 직원의 절반이 휴직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는 올해 소망을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전처럼 활기 띤 인천국제공항을 보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투잡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실정”이라며 “다시 바빴던 시절로 돌아가서 우리의 일터에서 동료들과 함께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