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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0·30 세대 국회의원인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저희 2030 의원들은 오만, 게으름, 용기 없음을 스스로 반성함에 그치지 않고,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뒤 강성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은 데 대해 “비난과 논란을 예상했음에도 당 내에 다양한 성찰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더 건강한 민주당을 만들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2030 의원들은 당장 지도부 선출 방식을 두고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대표만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고, 최고위원은 중앙위원회에서 뽑기로 했다. 하지만 2030 의원들은 “당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수록 더욱 더 민주적 원칙을 지켜 전체 당원들의 참여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최고위원을 중앙위원회가 아닌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81명의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도 반성문을 내놨다. 이들은 ‘초선 의원 일동’ 명의로 낸 공동 입장문에서 “초선 의원들로서 그 의사결정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며 “진심 없는 사과, 주어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앞선 초선 비공개 간담회에선 청와대 인사 원칙 비판·친문 주류 2선 후퇴론·초선 지도부 진출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초선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당 쇄신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더민초’라는 이름으로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앞다퉈 자성의 목소리를 내자 재선 의원들도 12일 모여 선거 패배 원인과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총 49명으로, 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던 조응천·박용진 의원도 포함돼있다.
◇민주당 남·원·정? vs 친문 쇄신 진정성 의구심
민주당 젊은 피의 쇄신 움직임을 평가하는 시선은 엇갈린다. 친문 지도부가 주도하는 ‘당정청 원팀’ 기조에 저항 없이 순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초선들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04년 한나라 소장파였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이 당 개혁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정풍운동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을 거치며 친문들이 당을 장악, 친문이 아닌 의원이 없는 민주당에서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초선 의원들의 쇄신론에 대해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특히 2030 다섯 의원들께서 별도의 성명을 통해 자칫 울림 없는 반성 멘트로 전락했을지도 모를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지적했다”고 호평했다. 4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매우 지혜롭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강성 일색과 맹종’만 관통했던 민주당 내에서 초선 의원들의 그러한 움직임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매우 뜻깊고 소중하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당 내 강성 친문 세력을 새누리당 시절 ‘친박(친박근혜계)’에 비유하며 재차 비판했다. 조 의원은 “참패 이후에도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만이 살 길이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지도부 선출방식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8일에도 “우리 당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과오에 대한 구체적 내용없이 ‘잘못했다’는 단어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친문 주류 의원들을 향해 당대표 선거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말 것을 주장했다.
야당에선 쇄신론을 말한 초선 의원들은 지도부가 아닌 자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강성 초선 의원들은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비호하는가 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압박과 판사 탄핵 국면에서도 최전선에 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두고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초선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사과를 주도한 민주당 초선 의원 상당수는 지난 1년 누구보다도 구태스러운 정치 행보로 진영논리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며 “지도부가 아닌 본인들이 기득권 정당의 행태 속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사과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반성을 말한 초선들의 과거 발언을 보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늦었다”며 “(지도부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결국 또 남탓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