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노스 사건을 추적 보도한 존 캐리루는 책 <배드 블러드>를 통해 테라노스가 얼마나 허풍스러웠는지를 낱낱히 까발립니다. 투자자가 목표액 산출을 요구하자 테라노스는 맥락과 관계없는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더니 근거가 없는 허황된 수치를 내놓았습니다. 기존 기술을 통해 진단한 수치와 테라노스 기술을 통해 진단한 수치를 비교하자고 제안했을 땐 말을 돌렸죠. 그러면서 테라노스 측은 기업기밀이기 때문에 자사의 기술을 공개할 수 없다고 일관했습니다. 그런데도 테라노스는 7억달러(약 8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턱턱 유치했죠.
존 캐리루는 테라노스가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꼽았습니다. 미국 최대 건강보조품 판매업체인 월그린은 테라노스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에게 “우리가 투자를 그만두고 반 년 뒤에 라이벌 회사가 계약했는데 그 때 기술이 진짜라고 판명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쏘아붙이기도 했죠. 존 캐리루는 테라노스가 이런 불안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고 얘기합니다.
테라노스 사건이 무서운건 이제 막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일 겁니다.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은 장밋빛 전망을 말하고 투자자들은 긴가민가 하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투자를 결정하곤 하죠. 테라노스와 같은 바이오기업들은 특히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투자설명서만 봐도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해 높은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입니다. 기술을 가까스로 이해했다고 해도 임상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건 여전합니다. 실제 바이오 섹터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한편 지난달 29일 상장한 차량공유업체 리프트(lyf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투자자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습니다. 리프트가 IPO에 나서며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의 39%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게 과장된 수치란 겁니다. 리프트가 과대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을 꾀어내 놓고는 주가가 하락해 피해를 입고있다는 얘기죠.
주식투자 격언 중엔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정도 확신이 들 때 사서, 적당히 이익을 실현하면 장을 빠져나오란 말입니다. 물론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테라노스 사건은 우리에게 조급한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