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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화재원인 밝힌 민관조사단…"내시경까지 동원해 추적했죠"

박민 기자I 2018.12.26 04:40:00

긴박했던 4개월…"주말도, 저녁도 없었다"
늑장대응 지적도 있었지만 결함은폐 밝혀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과 박심수·류도정 민관합동조사단장이 BMW 화재 원인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단은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끓는 이른바 ‘보일링(boiling)’을 확인하고 이러한 현상이 EGR의 설계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데일리 박민 기자] “4개월 동안 조사단원들 대부분 주말도 없었습니다. 실험은 연속성이 중요해 밤을 새우는 게 다반사였죠. 실험 중간 중간 오류가 발생하면 그걸 개선하면서 해야 되기 때문에 화재를 구현해내기까지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류도정 민관합동조사 공동단장)

올 여름 멀쩡한 차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화재가 발생해 전 국민을 떨게 한 BMW 화재 원인 규명이 일단락됐다. 이를 밝히기 위해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밤잠도 설치고 휴일도 반납해가며 불철주야 매달린 사람들이 있다. 박심수 고려대학교 교수, 류도정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을 공동단장으로 총 3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이다. 아직 검찰조사, 추가 리콜 여부 검토 등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BMW사의 EGR(엔진 배기가스 순환장치) 설계 결함을 밝혀내고, 늑장리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나름의 성과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자동차정비명장까지 민·관 전문가로 꾸려진 조사단

민관합동조사단이 꾸려진 것은 지난해 8월20일께다. BMW 화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 6월께로 조사단 구성은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았다. 이미 그 이전부터 BMW 차량 화재가 15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7~8월 화재는 절정에 달했다. 두 달간 확인된 화재만 23건. 올해 들어 총 52건이 발생했다. 국토부와 BMW는 7월26일 ‘EGR 결함’ 10만 6317대 리콜을 결정했고, 며칠 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BMW 차량 운행 자제 권고’를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운행정지 명령을 내기리도 했다.

국토부가 교통안전공단 내부에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이쯤으로 늑장대응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화가 난 차주들은 BMW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에 결함은폐 의혹 고소장을 접수했다.

조사단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법률·소방·환경 전문가, 국회, 소비자단체(19명)와 자동차안전연구원(13명) 등 민관 합동 총 32명으로 구성했다. 박심수, 류도정 공동단장을 비롯해 △최두석 공주대 교수 △이종화 아주대 교수 △이기형 한양대 교수 △박준홍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김홍식 소방중앙학교 팀장 △강신업 변호사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박병일 카123텍 대표 등 20명이 참여한다. 박병일 대표는 대한민국 자동차정비명장 1호로 유명하다.

◇ 4개월 이상 하루 24시간 조사에 매달려

잇따른 화재로 온 국민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사고 조사는 쉽지 않았다. 차량 화재 실험 조건을 세팅하는데에만 며칠이 걸렸다. 엔진에 온도, 유량, 압력 등 각종 센서 20여개를 부착하고, 화재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서 외부 카메라는 물론 EGR 쿨러 끝단과 흡기다기관 내에 조그만한 내시경도 설치했다. 조사단은 기술자료 검증과 현장조사, 엔진 및 실차 실험을 병행해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BMW측에서 EGR쿨러 균열에 의한 냉각수 누수가 된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며 “이론적으론 그럴 수 있다고 예측 가능하겠지만 이걸 실제차 실험에서 밝혀낸다는 게 어려워 이번 화재 원인 규명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도 굉장힌 진일보한 실험 성과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BMW가 17만대 넘게 리콜했는데 이 중에서 불이 난 차량이 52대 정도였다. 이 중에 디젤 차량은 36대였다. 화재는 굉장히 특별한 조건에서 불이 났고, 이 특별한 조건을 실차 실험에서 구현해 화재 원인을 추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엔진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BMW가 기술분석자료를 제출한 것은 처음 요청 후 153일 뒤였고 그나마도 부실했다. 국토부는 BMW가 결함을 은폐하려한 정황으로 해석했다. 비슷한 시기에 BMW 독일 본사에서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 쿨러 결함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2015년 10월부터 EGR 쿨러 누수 문제를 인정하고 TF를 구성한 것도 드러났다.

류 단장은 “국민적 불안감이 큰 사안인 만큼 최대한 빨리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원 내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다”며 “모든 화재 가능성을 열어 놓고 24시간 실험·조사를 한 끝에 이번 최종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도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BMW가 차량 17만대 리콜을 실시하면서 EGR 모듈을 신품으로 교체했지만,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인 EGR 쿨러 용량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EGR 쿨러 용량에 변화가 없으면 EGR 쿨러에 균열이 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누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박심수 공동단장은 “BMW 측에 새로 교체한 EGR 쿨러의 내구성과 신뢰성에 대한 소명을 추가로 요구하고 연구원에서 이를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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