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9월 취임해 임기 1년을 남겨둔 송희영 건국대총장은 지난 3년을 이같이 회고했다. 모교 출신으로서 취임 후 내홍으로 시끄러웠던 학교를 안정시킨 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것이다. 송 총장은 건국대 경제학과 66학번이다.
한 때 건국대는 대학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꼽혔다. 수년간 학교법인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고 대학가 최대의 개발 사업을 단행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학교법인이 학교에 투자한 전입금은 1123억 원으로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이다. 또 2005년에 건국대병원 신축에 1149억원을 투입했다. 생명과학관 등 현재 건국대 내 22개 동 모두 최근 10년 내에 신축한 건물이다.
대학가의 주목을 받던 건국대가 주춤한 시기는 2010년 전임 김진규 총장이 취임하면서다. 건국대는 의과대학 발전을 위해 진단검사의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진규 당시 서울대 의대 교수를 총장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김 총장이 취임 후 전횡을 일삼으면서 교수·직원사회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결국 김 전 총장은 1년 9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고,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꼽힌 송희영 경상학부 교수가 후임 총장직에 올랐다.
◇ “건강은 빌릴 수 없다”···스포츠 광장 조성
송 총장은 취임 후 대학 안정화를 위해 총장으로 선출되면서 제시한 공약들을 지키려 노력했다. 구성원의 신뢰를 얻어야 리더십이 서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신공학관 건축도 그의 공약 중 하나다. 지금의 공학관은 지어진 지 50년이 지난 낡은 건물이다. 이 때문에 전임 총장들이 취임 때마다 공학관 신축을 약속하고 지키지 못했던 숙원사업이다.
“총장이 되면 꼭 실행하고자 했던 사업이 공과대학 신축입니다. 공사비만 410억 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공과대학의 경우 아무리 뛰어난 연구력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가 없으면 절대 발전하지 못합니다.”
건국대 캠퍼스 다른 한쪽에서는 대운동장 리모델링이 한 창이다. 역시 이 조성된 지 50년이 지난 시설물로 건국대는 이곳의 콘크리트 스탠드를 철거한 뒤 잔디를 깔고 있다. 공사를 완료하면 이곳은 학생·교수·직원들이 축구, 농구, 풋살, 조깅 등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광장으로 거듭난다.
“총장 취임 후 운동장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계획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학생과 교수들에게는 신체를 단련하는 운동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체력을 단련해야 학업과 연구에서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교수 논문 질로 평가···공대·수의대 육성”
최근 건국대가 거둔 교육성과를 살펴보면 ‘국내 10위권 대학’으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사법시험·행정고시·공인회계사 합격자 배출에서 건국대는 각각 6위, 8위, 10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건국대가 목표로 하는 ‘상위 5위권 대학’ 진입을 위해선 이공계 육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송 총장의 생각이다.
“대학의 예산만 갖고는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없는 게 국내 사립대학의 현실입니다. 현재 건국대의 연구비 수주액은 1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전국 7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한양대나 연세대처럼 이공계가 강한 대학의 2000억~3000억 수준보다는 규모가 작은 게 사실이지요.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과대학이 연구비 수주에 더 기여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총 연구비 수주액 중 공대 비중이 35%~40% 수준인데 이를 50%~6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송 총장이 대학의 연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꺼내든 방법은 ‘포상’이다. 네이처·셀·사이언스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게 포상금 1억 원을 수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를 석학교수로 지정, 수업시수 감축해 주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수업적평가도 논문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동료 연구자들이 인용을 많이 하는 영향력 있는 논문을 써내는 게 ‘다작’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교수업적평가도 영향력 있는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가중치를 주는 평가로 바꿨습니다.”
건국대는 전통적으로 수의과학·동물생명과학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수의과대학을 보유한 사립대는 건국대가 유일하며, 동물생명과학대학은 1959년 설립돼 60년의 역사를 가진 축산대학이 전신이다.
“점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명공학 등 바이오 분야의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약개발이나 줄기세포 연구는 수의과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이 충분히 선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을 때 임상실험 전 동물실험을 적용하는 분야로 수의과대학과 동물생명과학대학을 특성화해 바이오 시장을 선점할 생각입니다.”
◇ “수익사업 탄력···교육·연구에 재투자할 것”
최근에는 건국대의 대표적 수익사업인 ‘더 클래식 500’이 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건국대는 지난 2003년 야구장 부지의 절반을 포스코에 매각, 3200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데 이어 잔여부지 3만 9000여㎡를 직접 개발했다. 국내 대학가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대단위 개발 사업이다. 건국대는 이를 ‘스타시티 사업’으로 이름 짓고 백화점(롯데백화점), 멀티플렉스(롯데시네마) 등을 입주시켰다.
이 중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최고급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 500’은 스타시티 사업의 핵심 축이다. 입소 보증금만 9억 2000만원. 월 관리비는 200만원 수준이다. 입주자가 많지 않아 사업 첫해(2009년)에는 25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노년층을 겨냥한 편의성 높은 시설과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입주자들이 늘어나 적자 폭은 △2013년 157억원 △2014년 82억원 △2015년 22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2014년까지 누적된 감가상각액 112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흑자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건국대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르면 내년께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시티사업은 처음부터 수익금을 대학에 재투자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죠. 흑자 전환이 이뤄지면 당연히 수익금은 교육과 연구를 위해 쓸 예정입니다.”
건국대는 지난 3월 유사중복학과 10개를 통합하고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학사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10개 정도의 유사·중복학과를 더 축소할 예정이다.
“앞으로 10개 정도의 유사·중복학과는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학과별 선호도·연구성과·교육역량 등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질 예정이죠. 대학이 가진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대학 전체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5개 정도의 특성화 분야가 대학의 발전을 이끄는 ‘리딩 그룹’이 되고 나머지 분야가 이를 따라오도록 만들면 조만간 국내 5위권 대학 진입은 가능할 것입니다.”
송희영 총장은…
경남 합천 출생. 진주고와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中央大)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건국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기획조정처장을 3차례 연임한 뒤 부총장을 지냈다. 한국무역학회장, 한일경상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세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2년 9월 건국대 총장에 취임해 3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