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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놓친 진술, 검사는 몰랐다"…코넬대 사건이 韓에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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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10.04 0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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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00% 강간" 진술 경찰보고서서 누락
검찰은 피해자 직접 조사 없이 불기소 판단
韓검찰청 78년만에 폐지…수사·기소 완전 분리
직접 보완수사 사라져…'정보 단절' 방지 시험대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나는 100% 확신한다. 나는 강간당했다.”

미국 명문 코넬대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성이 경찰에 한 진술이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본 경찰 보고서에는 이 결정적인 내용이 빠졌다. 검찰은 피해자를 한 차례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들이 실패했다”며 뉴욕주 법무장관을 특별검사로 투입했다.

제인 왕(왼쪽)과 소피아 라일리 심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이타카 코넬대학교에서 열린 성폭력 관련 학생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시민권 옹호 활동을 하는 코넬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학생단체 소속이다. (사진=로이터)
제인 왕(왼쪽)과 소피아 라일리 심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이타카 코넬대학교에서 열린 성폭력 관련 학생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시민권 옹호 활동을 하는 코넬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학생단체 소속이다. (사진=로이터)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미국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지난 2일 한국에서는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렸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됐다.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맡고 공소청 검사는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에 집중한다.

두 나라의 제도와 코넬대 사건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미국 검찰은 피해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소청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제도적으로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코넬대 사건은 한국의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수사기관이 중요한 사실을 놓치거나 잘못 전달한다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는 이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강간 확신” 빠진 경찰보고서…검사는 피해자 안 만나

사건은 2024년 10월 코넬대 남학생 사교클럽인 카이파이(Chi Phi)에서 발생했다. 당시 20세였던 여학생은 술과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여러 남학생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몇 주 뒤 코넬대 경찰에 신고했지만 형사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고 측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피해 여성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시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확신을 강하게 밝혔지만 검찰에 전달된 경찰 기록에는 이런 취지의 핵심 진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검찰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조사하거나 경찰의 전체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토했다.

호컬 주지사는 결국 톰킨스카운티 검찰의 사건 처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을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기존 검찰도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코넬대 역시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외부 독립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최초 불기소에는 또 다른 쟁점도 있었다. 뉴욕주법상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술이나 약물을 섭취한 경우 동의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법적 사각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호컬 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이타카 코넬대학교 캠퍼스에 대학 경찰 차량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이타카 코넬대학교 캠퍼스에 대학 경찰 차량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도 수사·기소 완전 분리…검사는 직접 보완수사 못해

한국의 형사사법체계는 2일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42곳도 폐지됐다.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폐지다. 지금까지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다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일정 범위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다. 이제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하는 대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는 공소제기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 등에 필요한 경우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검사가 사건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 형사소송법에는 ‘사실관계 확인’ 제도가 마련됐다.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 결정 등을 위해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전문가, 경찰관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새 제도의 성패를 가를 대목이 여기에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한 기관에 집중됐던 권한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사이의 정보가 단절된다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이 놓친 사실이나 수사 과정의 오류를 기소 단계에서 어떻게 찾아내고 바로잡을 것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검찰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검찰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경찰이 A라고 넘겼는데 피해자는 A+B라고 말했다면”

코넬대 사건은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피해자는 경찰에 강간당했다는 확신을 분명히 밝혔지만 검찰이 전달받은 기록에는 그 강도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검찰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거나 전체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지 않으면서 정보의 공백은 기소 판단 단계까지 이어졌다. 결국 사건 발생 약 2년 뒤에야 주정부가 특별검사를 투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했다고 해도 반드시 기소됐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폭행 여부 역시 현재 형사절차에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코넬대 사건의 초기 불기소에는 뉴욕주의 성범죄 법제라는 별도의 문제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A’라고 정리해 검찰에 넘겼는데 피해자가 실제로 말한 내용이 ‘A+B’였다면 ‘누가 B를 찾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과 당시 상황에 대한 세밀한 판단이 중요한 성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정보의 누락이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공소청에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의 위법·부실 수사를 점검하는 ‘불송치심사부’가 신설되는 등 불송치 사건에 대한 통제 장치가 마련됐고 영장 청구 전 면담 등의 기준도 마련됐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진 자리를 이런 통제·확인 장치들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느냐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논쟁은 법 시행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제도가 실제 사건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막으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놓친 사실을 기소 단계에서 걸러내고, 그 틈에서 피해자가 다시 피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는가. 코넬대 사건이 새롭게 출범한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에 던지는 질문이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1층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1층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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