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 역대급 장기 설 연휴에 "너도나도 해외여행"

이선우 기자I 2025.01.24 00:00:48

31일 연차 쓰면 최장 9일간 휴식
日·동남아 인기…미주·유럽행도↑
국내 숙박시설 예약은 예년 수준
"내수 활성화 취지 무색" 지적도

[이데일리 이선우·김명상·이민하 기자] 올해 설 연휴 기간 역대 최대 인원이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7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설 연휴(28~30일)와 주말 사이 31일 하루 연차를 더하면 최대 9일까지 늘어나는 ‘장기 연휴’가 연초 해외 여행 수요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달러당 1500원까지 육박한 고환율 여파 등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연이어 터진 악재로 ‘실적 한파’를 우려하던 여행 업계는 해외여행 상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최대 90%까지 증가하며 한숨을 돌렸다.

반면 국내여행 수요 증가를 가늠할 수 있는 전국 호텔·리조트, 펜션 등 숙박시설 예약은 예년 설 명절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본래 취지인 내수 활성화보다 해외 여행 수요만 늘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둔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보안 검색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설 연휴 최대 105만여 명 해외로 출국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흘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출국하는 인원은 104만 6647명(일평균 10만 466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출국자 수 기준 9만 4250명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약 11%,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설 연휴 기간 출국자 수 9만 8960명보다는 6%를 상회하는 수치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설, 추석 등 명절 연휴는 물론 인천공항 개항 이후 맞이한 역대 설 연휴 가운데 최대 기록이다.

가장 많은 인원이 해외로 나가는 날은 주말인 25일로 12만 3700명이 출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설 연휴 기간 가장 많은 인원이 도착하는 날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로 총 12만 120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 기간 늘어난 해외 여행 수요로 주요 여행사들의 상품 판매량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투어는 올해 설 연휴 해외 여행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설 연휴 대비 93% 급증했다. 트립닷컴도 전년 대비 상품 예약량이 70 넘게 증가했다. 하나투어와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인터파크투어도 지난해 설 연휴보다 항공권, 패키지 등 해외 여행상품 예약이 10~30%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는 사실상 연휴의 시작인 24일 금요일부터 주말인 25일과 26일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 해외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인바운드 상품 예약 수요도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늘어난 연휴에 유럽·미주 장거리 수요 증가

설 연휴 기간 수요가 몰린 인기 해외 여행지는 단연 동남아와 일본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는 설 연휴 기간 동남아 여행상품 판매 비중이 절반이 넘는 51%에 달했다. 전년 대비 예약이 90% 넘게 급증한 모두투어도 동남아 여행 비중이 44%로 가장 높았다. 인터파크투어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예약 비중이 40%를 차지했다.

이동 거리는 물론 비용 부담도 낮은 일본은 20~30%의 비중으로 동남아의 뒤를 이었다. 노랑풍선은 일본 여행상품 예약이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무비자 허용으로 이전보다 여행이 용이해진 중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설 명절 연휴는 동남아와 일본에 수요가 집중됐다면 올해는 최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중국으로 단거리 여행 수요가 분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주, 유럽 등 장거리 여행 수요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연휴가 최장 9일까지 늘어나면서 장거리 여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로 한 누리꾼이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연휴가 늘어난 덕분에 애초 동남아로 계획했던 설 연휴 여행 계획을 유럽으로 변경했다”는 글과 함께 올린 항공권 인증샷에는 “일본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라스베이거스를 가기로 했다”, “와이프와 여름휴가 예산을 미리 당겨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증가 폭이 큰 여행사는 유럽, 미주 여행 상품 예약이 평소 대비 10% 넘게 늘어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8% 안팎 수준에 머물던 유럽 여행상품 판매 비중이 15%까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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