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위원장은 자신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박과 함께 표적 감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당초 전 위원장의 근태를 문제 삼으며 특별감사에 착수했는데, 이후 김영란법 위반 의혹, 관사 관리 비용 의혹,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 문제 등까지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는 그 기간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장돼 총 7주간 진행됐으며, 지난달 29일 종료됐다. 전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
또한 감사원의 감사가 앞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났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사퇴 요구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거나 사퇴를 요구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감사를 통해 압박을 느껴 사표를 제출했으면 직권남용”이라며 실제 문재인 정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이정희 전 권익위 부위원장도 감사원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퇴했는데, 전 위원장은 이것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점이라며 “감사원이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무위 국정감사 때 여당 의원들이 ‘이미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같이 하는 훌륭한 분이 내정돼 있는데 왜 안 물러나느냐’고 그랬다”면서 “최재해 감사원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분인데, 왜 이분에게는 물러나라는 이야기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전 위원장은 자신 때문에 뜻하지 않게 감사를 받은 권익위 직원들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감사원이 자신들이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직원들을 감사했다며 “저를 표적으로 하는 감사인데 정작 저는 한 번도 조사받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위원장은 “제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이 올해 초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놓고 나가라고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털어놨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신의 거취 문제를 주변과 상의했다는 그는 “자진 사퇴도 생각했는데, 이렇게 감사 압박이 들어오면서 제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압박에 굴해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며 “(감사원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는 ‘투사’ 이미지가 생겼다는 말에 “저는 법만 묵묵히 지키는 범생이”라고 손사레를 쳤다. 윤 정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저는 현재 정치인이 아니고 윤 정부에 몸을 담고 있는 공직자로서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