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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2013년 1월 정부기관 산하 모 연구원에 입사해 2015년 10월경까지 경기 안산시 소재 지역센터 직원으로 근무했다.
B씨는 직속 상사이자 선임연구원이었던 A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B씨에게 ‘남자친구와 어디까지 갔느냐’, ‘내가 자자고 하면 잘래’, ‘술집 여자 같다’ 등 업무 공간, 회식자리 등 공개적인 장소나 차 안 등 폐쇄적 장소에서 여러 차례 성적 요소가 포함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기도 했다.
약 2년 3개월이라는 반복된 피해를 참다못한 B씨는 2015년 9월 성희롱 피해 사실을 회사에 신고했고, A씨는 회사가 감사에 착수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B씨는 회사 내 노동조합과 인사부서 도움을 받아 그해 10월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다. 그러나 성희롱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던 B씨는 2017년 9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 사망 이후 A씨는 강제추행죄로 기소돼 2019년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B씨의 아버지는 2018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B씨의 사망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1억5000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A씨가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산재보험법 87조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1·2심 법원은 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가해행위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 동료 근로자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A씨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제3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성추행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제3자란 ‘재해 근로자와 산재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자’여야 법 적용이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 그 가해행위는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선 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재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