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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여성은 얼굴이 작고 날씬해서 부럽다”, “한국 아이돌의 데뷔 과정을 보면서 엄청나게 감동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 레이더 갈등 등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의 60%는 여성이다. 이들은 복잡한 정치·외교적 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문화를 즐기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는 294만명으로 1년 전보다 27.6%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로 출국한 일본인 숫자가 6.0% 증가한 것과 비교해보면 4배가 넘는다. 전체 방한외국인 관광객을 봐도 일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최근 방한하는 일본인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은 일본 젊은이 사이에서 불고 있는 ‘제3의 한류붐’이 영향을 미쳤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는 도쿄의 신오오쿠보엔 한국문화를 체험하려는 10~20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것이 특징인 한국식 핫도그가게가 북새통을 이루고 한국 스타일의 화장법을 말하는 속칭 ‘얼짱 메이크업’을 한 일본인 여성이 곳곳에서 보인다.
일본인 청년들은 “한국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라던가 역사문제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한국에 가면 좋아하는 스타일의 화장품이나 의복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당일치기’ 방문도 가능해 물리적·심리적 부담이 적다.
한국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할머니나 엄마의 무릎 위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던 어린아이가 성장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손을 잡고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정치상황에 민감한 중·고령층 세대는 한일 관계의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신오오쿠보에서 20년째 한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성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신오오쿠보를 찾는 이들은 이케맨거리(‘꽃미남거리’라는 뜻. 커피프린스1호점이라는 카페에 ‘이케맨(꽃미남)’이 많다는 소문이 돌면서 골목의 이름이 이케맨거리가 됐다)이나 일부 인기가게에 한정돼 있다”며 “중·고령층이 찾는 횟수는 줄었다”고 말했다.
40~50대 여성들도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묻자 “정치는 정치일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지만, “지금 한국에 가는 건 조금 무섭다”라는 반응도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