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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밤에서 가수 루시드폴은 자신의 7집 앨범과 직접 수확한 귤 1kg이 포함된 한정판 패키지를 판매했다. 이날 준비된 1000세트는 방송 시작 9분만에 모두 팔렸다. 방송 직후 반응은 더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 방송영상은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네이버에서 공개된 방송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 17만뷰에 육박한다.
귤밤 프로젝트의 성공 뒤에는 CJ오쇼핑의 PD 3인방이 있다. 방송을 총괄한 배진한PD를 비롯, 공세현PD·김나미PD 3명을 지난 24일 서울 방배동 CJ오쇼핑 사옥에서 직접 만나 방송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반신반의했던 기획..“홈쇼핑 영상을 퍼나를 줄이야”
방송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느냐를 묻자 세 사람 모두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PD는 “나중에 몇분짜리 동영상으로 회자될 줄 알았지만 40분짜리 풀버전이 통으로 화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공PD 역시 “다음날 엄마가 뉴스에서 보시고 연락을 해오셨다”면서 “지인들의 연락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상품 개봉후기까지 올라오는 데 정말 짜릿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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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PD는 “매출 생각을 했다면 이번 방송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다행히 회사가 새로운 시도를 지원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배 PD는 과거 가수 UV의 앨범 판매방송 ‘쇼핑스타K’, 카카오톡을 방송에 활용한 ‘오패션 스튜디오’ 등을 기획해온 이력이 있다.
◇상품 소싱부터 귤 포장까지..“도전 그 자체 였죠”
회사 측의 승낙에도 불구하고 방송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전에 참고할만한 사례도 없었다. “모든 과정이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게 배PD의 한마디다.
특히 귤 배송에 손이 많이 갔다. 공PD는 “막상 귤이라는게 깨지기도 쉽고 포장하기도 까다로운 제품이었다”면서 “특히 음반CD와 함께 배달돼야 했기에 어떤 박스에 담아서 무슨 충전재를 쓸 지 등 배송 전 과정이 까다로웠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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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에 달하는 방송 구성에도 고민이 많았다. 고급 음악프로나 홈쇼핑 방송이 아닌 ‘그 무엇’을 만들자는 것이 세PD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방송 연출을 맡은 김PD는 “‘제2의 스케치북’이 아닌 시쳇말로 ‘약빤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루시드폴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점에서 착안해 일부러 대조효과를 주고자 괴물목소리(?)를 잘 내는 성우를 캐스팅해 웃음을 유발하는 등 곳곳에 개그코드를 넣었다”고 말했다.
◇“떠나는 TV시청자 잡기위해선..결국 ‘콘텐츠’가 답”
귤밤의 기획의도는 결국 TV라는 매체에 대한 고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양한 매체의 범람으로 시청률은 내리막길인데다 화제성도 예전 같지 않다. TV로 출발한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이제 물건만 팔아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지한 홈쇼핑 업체들은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채널로 진화 중이다. 귤밤 역시 TV를 떠나는 시청자를 잡기 위한 쇼퍼테인먼트의 일종이다.
세명의 PD 모두 TV채널의 위상이 과거보다 하락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콘텐츠의 힘은 도리어 강해졌다. 콘텐츠만 잘 만들면 TV,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에서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PD는 “매체와 콘텐츠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귤밤 역시 TV에서 시작했지만 네이버, 유투브, SNS등에서 소비되는 것처럼 콘텐츠만 좋으면 다양한 매체로 퍼진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귤밤을 계기로 기존 홈쇼핑 방송에 대한 업계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배진한 PD는 “대형마트에서 최저가 귤을 사먹는 것과 우리 방송을 본 후 루시드폴 앨범과 함께 산 귤을 먹는 느낌이 다르지 않느냐”면서 “홈쇼핑은 물건만 파는 채널이 아닌 경험을 파는 채널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