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료기기를 포함한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에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의료정보시스템과 의료장비를 연결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 우물을 파면서 성공의 반열에 오른 화제의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심장제세동기와 생체정보계측기기 생산 기업 메디아나(041920)를 이끌고 있는 길문종(56) 회장이다.
최근 서울 방배동에 있는 메디아나 국내 사업부 사무실에서 만난 길 회장은 “다양한 의료기기 중에서도 제세동기와 생체정보계측기기 사업에 집중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병실, 수술실 등에서 혈압, 맥박 등의 수치를 측정·표시하는 생체정보계측기기 시장규모는 지난 2011년 30억달러에서 2018년 3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제세동기도 같은 기간 15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길 회장은 특히 지난달 착공한 강원도 원주의 제2공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의 제세동기와 생체정보계측기기의 생산을 2공장에서 담당하고 1공장에서는 회사의 새 먹거리인 의료용·전문가용 소모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체지방 측정장비, 심장 및 호흡과 관련된 웨어러블 기기, 가정용 원격진단 장비 생산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관련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만 열리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생산품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해당 사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수익성 제고에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디아나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정평이 나있다. 세계 각지에 제품 공급이 가능토록 미국 식품의약국(FDA), 일본 후생성, 유럽 CE 인증 등을 획득했다. 지멘스와 코비디엔, 옴론 등 세계적인 의료기기업체와 ODM(제조자 개발생산방식)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같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메디아나는 지난해 매출 383억, 영업이익 42억, 당기순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회사는 매출의 4분의 3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수출비중이 무려 80.5%에 달했다.
길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매출 1000억원·영업이익 200억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며 “1차 목표를 달성하면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궁극적으로 매출 1조원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나눔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성공한 기업인일수록 나눔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에서다. 그는 “앞으로 특정 제품을 통해 올리는 수익은 전액 기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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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과 ROTC 장교로 군 복무를 모두 마치고 난 후 무작정 떠난 미국 유학길에서 메디슨 해외영업부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4년 넘게 메디슨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당시에는 ‘망할 거면 빨리 망하자’는 생각으로 의료기기를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일을 시작했다. 1993년 창업 후 6개월만에 2억원을 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기기 수입·유통업을 확대하던 중 대학시절 지도교수와 함께 산학협력활동을 시작하면서 2000년부터는 의료기기 제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수많은 기업이 난립한 의료기기 시장에서 메디아나만의 경쟁력은.
△해외 의료기기의 국내 유통사업을 하면서 해당기업으로부터 선진 마케팅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ODM을 하면서 제조→생산→개발 등의 시스템을 갖췄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 점이 오늘날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명경영이 회사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 전에도 서류상 회사의 이윤을 높이는 작업을 하지않고 불용재고를 처리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외부감사도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으로부터 지속해서 받고 있다. 창업 이후 단 한차례도 직원 급여를 밀리지 않게 주면서 구성원과의 신뢰도를 구축한 점도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 2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함께 고생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던 동료들이 갑자기 회사를 떠났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경영상 손실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매우 컸던 기억이 있다. 초음파, 레이저 등 사업을 확장했지만 수십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을 때도 힘들었다. 2000년대 중반에 벤처투자회사의 권유로 발광다이오드(LED) 생산기업을 인수하면서 되팔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힘들었다.
- 지난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했는데.
△기업공개(IPO)는 경영자로서의 하나의 꿈이면서 사회적으로 기업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지분율이 높고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기업공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IPO가 기업을 하면서 무언가 가시적으로 이뤄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회사가 지속성장해 조건이 된다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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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명 직원 대부분은 신입사원으로 경력사원 비중이 매우 낮다. 직원 복지를 위해 입사 후에도 상급 학교 진학을 요청하면 해당 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모든 직원들의 개인보험(의료실비 관련)을 회사가 전액 부담해 직원들은 보험료 납부없이도 의료실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벤처기업의 자긍심을 높일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은데.
△벤처기업협회 자금 가운데 일부를 공익광고를 하는데 사용하는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똑같은 내용을 건의한다. 잘못하고 부도덕한 중소·벤처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언론보도가 집중된다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인접국가인 중국만 보더라도 기업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존경심으로 가득하다. 중소기업이 활성화돼야 실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메디아나같은 회사가 1만개가 있으면 2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400만~5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소·벤처기업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필수적이다. 결국 대기업에 가지 못해서 중소벤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벤처에 뜻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전파돼야 한다.
- 예비창업자나 초기 창업자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평생 그 일을 하겠다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사전의 준비가 소홀한 채 창업에 나서는 사례가 있다. 창업을 하려는 분야에서 6개월에서 1년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빵집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빵집 아르바이트 경험 유무에 따라 성공확률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
최근 창업관련 지원자금 정책이 잘 되있어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자금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창업 이후에는 예기치 못한 곳에 자금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 벤처기업을 위해서 정부나 벤처협회가 강화해야 할 역할은.
△사업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외부 지원에 기대지 않고 ‘자력갱생’하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자금부문에 있어 지나치게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자금지원을 내세워 창업을 유도하는데 이렇게 되면 창업자들이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외부자금에 대한 의존성만 높아진다. 창업자들이 어떻게든 제 힘으로 사업을 위한 자금을 준비하는 노력을 해서도 안되면 마지막에 도움요청을 할 곳이 정책자금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자금만 지원받고 폐업하는 소위 ‘먹튀’들을 걸러내기 위해 적재적소에 자금이 투입되는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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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으로 한영고와 연세대 의용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메디슨 해외사업부에 재직했다. 이후 1993년 1인기업 형태로 창업한 뒤 1995년 현재의 메디아나를 설립했다.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벤처기업대상, 무역의날 대통령 표창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