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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이혼은 현실, 이번엔 판타지"…서울에서 무슨 일이[툰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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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25.11.09 08:25:21

서울기담 민원처리과의 작가팀 강태경 인터뷰
"지하철에서 본듯한 ''왜 저러지''란 식의 이야기 그려"
"그리며 가장 행복한 작품…빛같은 포인트 주고싶어"
"팀 내 갈등 없어…소재 자유롭게 의견 나누며 키워내"
"서울기담은 본래 10개월치…지역...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꿈꾸던 공무원이 됐다. 출근 첫날 엄마의 정성 가득한 콩밥(?)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주소에 적힌대로 경복궁에 도착해 ‘서울기담 민원처리과’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고 물어도 누구도 모른다. 포기하려 할 때쯤 들어선 그곳에선 사람인지 요괴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의 동료와 민원인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서울의 기담에 등장하는 존재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곳. 과연 첫 직장생활을 여기서 시작해야 할까.

(이미지=카카오웹툰)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뜻의 ‘기담(奇談)’은 웬만해선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소재다.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현실과 더해지고 그 속에 누군가의 사연이 더해진다면? 그것만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여기에 ‘서울’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도시 한복판에 현대적인 빌딩과 옛 궁궐, 왕릉, 성곽이 함께 자리 잡고 있는 서울과 기담이 더해지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소재가 있을까.

‘신성한, 이혼’의 작가 강태경(1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글을 담당하는 강, 그림을 담당하는 태경 두 작가가 한 팀이다)이 도전한 웹툰 ‘서울기담 민원처리과’는 바로 이 서울의 기담을 담고 있다. 어느 동네 길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바람 빠진 공 하나, 수시로 터지는 수도관. 작가는 작품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들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

작가들은 여기에 ‘어리바리 신입사원’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더해 어쩌면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의 중량을 조절하고 있다. 사실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어리바리 캐릭터는 판타지물에 늘 있어야 하는 존재다. 그래야 실수로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지고, 해야 할 일을 안 할 테니까. 다만 진짜 신입사원들에게 ‘내 일처럼 상처받지 말아달라’고 진심을 전했다.

작가팀 강태경을 최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기담 민원처리과’라는 판타지물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태경)작년 말에 처음 기획했다. 서울경제진흥원(SBA) 지원사업 중 서울 홍보 웹툰 공모를 하게 됐는데 ‘아메리칸 갓’이라는 미국 드라마와 ‘헬보이’라는 만화 및 영화를 한국 버전으로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 신들이나 민속신앙은 무섭다기보다 기이한 편이다. 말하자면 지하철에서 기행을 펼치시는 분들 같은 뉘앙스가 강하다.

-지하철에서 기행을 펼치는 분들이라면 무슨 의미인가.

△(강)지하철에 진짜 재미있는 분들이 많다. 신들 가운데 어깃장을 놓는다면 그런 느낌일 것 같다. ‘왜 저러지’라는 식의 이야기 전개를 써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 옛날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독하고 가끔 막 나갈 때도 있고. 조선왕조실록에 모 정승네 집에서 귀신이 나왔다고 하니 대포를 쏘아 피해가는지 보자는 상소가 올라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태경)누가 봐도 외계인을 묘사한 듯한 내용의 기록도 있었다. UFO나 외계인을 봤다고 보고하면 혹세무민한다면서 이야기한 사람을 사형시키기도 했다. 지금 전개도 좀 황당한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그런 옛사람들이 민원을 넣으면 어떨까라는 느낌으로 가고 있다.

-주인공 정솔은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의 전형인데 혹시 롤모델이 있나.

△(강)특별히 롤 모델이 있는 건 아니고 현실적인 사회초년병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댓글을 열심히 보는 편인데 어떤 분은 정솔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화를 내시더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그래서 마음을 풀라고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는데 당사자가 본인 댓글을 지워서 아쉬웠다.

(태경)지금까지 그려온 등장인물들이 좀 소시오패스 같은 경향이 있어서 이번에는 캐릭터를 많이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솔이 너무 답답하다는 평도 있다.

△(태경)요즘에는 독자들이 고구마 먹는 것을 많이 힘들어해서(답답함을 못견딘다는 의미) 고민이 많다. (강)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자들이 본인 경험에 빗대 속상해하거나 상처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속상하다면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댓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편이다.

-서울기담 민원처리과는 전작들에 비해 밝은 분위기인데.

△(강)이번 작품은 밝게 그리고 싶다. 하면서 진짜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작품이다. 작화도 그렇고 제일 마음에 든다. (태경)종종 등장하는 유머코드는 사실 80%가 강의 성격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작품들이 결국 마지막에는 밝게 끝나는 듯하다.

△(강)너무 인생이 시궁창 같아서 그렇게 그리고 싶다. 데뷔할 때부터 빛 같은 느낌의 포인트를 계속 주자고 했었는데 거기서 크게 안벗어나는 것 같다. 초기작인 강도에서 등장한 ‘춘식이’도 괴물 같지만 잔혹한 섬에서 인간성을 유지하는 캐릭터였다.

(이미지=카카오웹툰)
-한 팀을 이뤄 일하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는지.

△(태경)서로 그렇게 상처받는 편은 아니다. 소재 등에서 의견을 교환할 때 별로라고 하면 그냥 넘겨도 괜찮다. 그런데 대부분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크게 키워주게 된다. 지금 말고 다음에 하자고 해서 남겨두는 것도 있고 브레인스토밍이 되는 편이다.

-각자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태경)매드맥스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다. 공상과학(SF) 장르를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길 꿈꿨다. 중학교 때 격주 만화 잡지에서 연재하던 ‘타임 시커즈’라는 작품을 보면서 ‘이런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은 지금도 있다.

(강)모든 장르를 다 좋아한다. 어릴 땐 드라마를 좋아했고 책은 지금도 계속 읽는다. 고전을 좋아하는 편이고 책이든 만화든 주변에서 누가 추천해주는 콘텐츠는 끝까지 다 보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강)데뷔작 ‘그것들’이 사실 시즌2까지 하고 중단됐는데 예상보다 휴재기간이 길어졌다. 그 와중에 데뷔작을 주기적으로 찾는 분들이 있어서 무료로 작품을 공개했는데 어떤 분이 다 보고 난 뒤 갑자기 5만원을 후원한 적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보면 개인에게 큰돈인데 어떤 에피소드가 제일 좋았다는 글을 남긴 걸 보고 완결을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언젠가 꼭 다시 세상 밖으로 내보낼 거다.

(태경)그 분은 진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따로 후원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마음이 고마웠다.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지금도 힘이 된다. 독자들과는 전우애라는 느낌이 있다. 데뷔작을 못 끝낸 것이 너무 미안하다.

-현재 드라마나 다른 콘텐츠로 재탄생할 작품이 있나.

△(태경)준비 중인 게 있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서울기담 민원처리과의 연재 기간은. 다음에 하고 싶은 소재는.

△(태경)원래 10개월 분량이라 콘티는 다 나와있다. 15화 정도 만드는 것이 처음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15화 이상 가려고 한다. 소재는 너무 계속 생각나기 때문에 갖고 있는 소재 중에서 시의성 있는 걸 고르는 편이다.

(강)서울기담 민원처리과는 결과가 좋으면 시즌제나 스핀오프처럼 서울 뿐 아니라 경상권, 경주권, 제주도 등으로 넓혀가고 싶다. 태경이 말한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아이템을 다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아이템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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