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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재명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지율을 더 얻기 위한 목적이 있다면 개헌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도층에서 개헌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3월 4~6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p, 응답률 14.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지’ 물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4%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헌이 불필요하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0%에 불과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절반이 넘는다. 전체 결과도 그렇지만 중도층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9%로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29%보다 30%p나 더 높게 나타났다. 정치 성향을 진보층이나 보수층이라고 밝힌 응답자보다 중도층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최근 이 대표는 중도 외연 확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아예 이념 성향을 ‘중도 보수’로 표방했고 각종 정책 발표는 중도를 뛰어넘어 보수 정치인으로 의심을 살 정도다. 국회 연설에서 ‘주 4일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발표했고 핵 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에 대해 민주당 내 검토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 윤석열 정부의 공약으로 거론된 ‘상속세법’과 관련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1 대 1 토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대해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중도층뿐만 아니라 2030 MZ세대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한국판 엔비디아’의 탄생을 가정하며 “민간이 지분을 70% 갖고 30%는 국민 모두가 갖도록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보수 진영은 이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에 대해 맹공격을 퍼부을 수준으로 극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 발언에 비하면 엔비디아는 얌전한 편이다. 지난 6일 부산을 찾은 이 대표는 “북극항로는 규모가 작지만 정기항로가 개척돼서 운행 중”이라며 “2030년대가 되면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겠냐고 모두가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3~4주 동안 이 대표는 왕성한 중도 확장 행보를 해왔다. 그렇지만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를 보면 2월 한 달 동안 이 대표의 지지율은 거의 올라가지 못했다. 이런 지지율 고착 상태에서 개헌은 중도층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원하는 사안이다. 중도층 지지율 확보를 원한다면 이 대표에게 개헌은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하지 말아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