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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더 드레서’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에 관한 이야기다. ‘더 드레서’는 셰익스피어 극단의 노배우인 선생님과 16년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극단의 의상 담당자 노먼의 고군분투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2020년 초연과 2021년 재연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관객 곁으로 돌아왔다.
◇시각장애 고백 송승환, 59년 연기 인생 녹인 투혼
이번 공연을 위해 초·재연을 함께한 배우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선생님 역을 맡아 극을 이끄는 송승환도 그 중 한 명이다. 공연 개막 당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예술센터에서 만난 송승환은 “첫 공연 이후 나이를 4살 더 먹어서인지 리허설을 지켜보던 연출이 ‘이전보다 더 깊은 맛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저 또한 캐릭터가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짜 수염을 붙이고 주름살을 그리지 않고도 노인 역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미소 지었다.
‘더 드레서’는 초연 당시 공연제작자 업무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예술 총감독 활동에 집중하느라 연극계와 멀어져 있던 송승환이 9년 공백을 깨고 무대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송승환은 “다시 연기자로 돌아가 멋진 노역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만난 작품이 ‘더 드레서’였다”고 회상했다.
송승환은 2019년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탓에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의 연기 활동 재개 소식이 더 큰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눈앞 30cm 너머의 세상이 안개가 가득 낀 것처럼 보인다는 송승환은 “다행히 시력 악화 진행 속도가 느려졌다”며 “(동료 배우들의) 형태는 보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큰 불편은 없다”면서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송승환은 이번에도 시각적 불편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에서 59년 연기 인생을 녹인 투혼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극중 선생님 역이 극단 대표이자 배우라는 설정이라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작품과 캐릭터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각각 초연과 재연 때부터 작품과의 인연을 이어온 오만석과 김다현은 노먼 역을 번갈아 연기하며 송승환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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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함께한 오만석은 “재연 때까진 큰 그림을 잡아가는 데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덧칠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에 있다”면서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면서 작품의 의도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다현은 “재연이 끝난 이후 1년간 대사를 잊어버리지 않고 삼연 제작을 기다렸을 만큼 애정이 깊은 작품”이라며 “선생님을 보필하며 전쟁통을 버티려 애쓰는 노먼의 모습은 배우로 살아가는 제 삶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오만석과 김다현을 향한 송승환의 신뢰는 깊다. 송승환은 “두 배우 모두 뮤지컬 ‘헤드윅’ 주인공 출신이지 않나”라면서 “‘김다현 노먼’이 조금 더 여성적인 면이 있고 섬세하다면 ‘오만석 노먼’은 아버지를 잘 보살펴주는 막내아들 같은 느낌인데 둘 다 좋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양소민은 초연과 재연에 이어 선생님의 상대역 배우이자 그의 오랜 연인인 사모님 역으로 작품과 함께한다. 양소민은 ‘더 드레서’를 “연극다운 연극”이라고 소개하면서 “배우로서도, 여자로서도 안정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중견 여배우의 욕심과 갈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 ‘피아니스트’, ‘잠수종과 나비’,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작가 로날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공연은 11월 3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11월 28~30일)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12월 6~7일)에서 지역 공연을 진행한다. 송승환은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면을 그려낸다는 점이 작품의 재미 포인트”라며 관심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