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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003230)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일본 라면 원조 기업 ‘닛신’도 베끼기에 열심이다. 포장부터 맛까지 ‘미투;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닛신은 지난해 4월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본 딴 제품을 내놓더니 올해 2월엔 치즈 불닭볶음면까지 따라 한 제품을 출시했다. 애초에 모방한 사실을 숨길 생각조차 없는 노골적인 디자인으로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슈가 됐다.
과연 맛은 어떨까. 모처럼 일본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할 기회가 생겼다. 일반 식료품점에서 제품을 쉽게 구했다. 제품 바로 옆에는 원조 치즈 불닭볶음면도 있었다. 거의 유사해서 무심코 보면 착각을 할 정도였다. 가격은 5개입 개당 85엔으로 한화로 800원가량이었다. 일본에서 일반 인스턴트 라면이 100엔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축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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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도 달랐다. 삼양은 물 600㎖를 넣고 끓여 일부 물을 버리는 방법이었다면 닛신은 260㎖ 넣고 끝까지 졸이는 방식이었다.
삼양 제품과 비교하면 닛신 제품은 3분의 1 정도의 맵기다. 먹다 보면 고춧가루로 보이는 작은 입자도 보인다. 면에선 일본 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난다. 눅진하고 매콤한 치즈 불닭볶음면의 매력을 닛신 제품에서도 느꼈다. 물을 버리지 않는 조리법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원조를 따라 할 수 없는 아류의 느낌이 곳곳에 있다. 삼양 제품은 다소 시간이 지나도 면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유지된다. 다만 닛신 제품은 먹다 보면 면이 금방 불어 흐물해진다. 이 때문에 면에 배이는 소스도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소스 자체가 비교 불가다. 불닭 액상 수프의 은은한 매운맛에 익숙해진 이들이라면 닛신 제품은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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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닛신 제품과의 품질 차이가 명확하다는 자신감이다. 세계인이 불닭볶음면에 열광하는 이유는 깊은 매운맛이 주는 ‘희열’이다. K매운맛 특유의 감칠맛이 계속 먹고 싶게 만든다. 먹고 나면 운동을 한 것처럼 땀이 나면서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닛신 제품에선 이런 느낌이 없다.
닛신의 모방 제품 출시가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닛신은 195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일본 라면업계의 원조격 기업이다. 그런 닛신이 이제는 한국의 삼양을 모방한다는 건 그만큼 K라면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과거에는 새우깡, 초코송이, 빼빼로 등 국내 제과업체가 일본 제품을 모방해 내놓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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