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며 7살, 9살 두 자녀를 둔 이모(39)씨는 아이를 데리러 초등학교 앞에 갈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아이들이 교문 앞에 마중 나온 이씨를 보고 반가워하며 뛰어오는 그 순간이 행복하면서도 걱정되는 순간이어서다. 이씨는 “스쿨존에서 마주치는 차들은 왜 이렇게 빨리 가나 싶게 느껴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사고가 반복되면서 법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볼 때마다 아이 키우기가 참 힘들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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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지난달 30일 낮에 서울 서대문구 일대 3개 초등학교(창서·창천·이화여대사범대부속)의 스쿨존 앞에서 차량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피드건 앱으로 각각 30분씩 측정해 본 결과, 오가는 차량의 절반은 제한속도를 웃돌았다. 특히 창서초등학교 스쿨존에서는 차량 11대 중 9대(81%)가 제한속도를 위반했고, 시속 46.3km를 몰고 가는 차량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들이 ‘곡예 등교’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중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백모(42)씨는 “예전에 아이를 따라 통학로를 따라가 본 적이 있다”며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데 아이가 피해가는 모습을 보니까 ‘곡예 등교’가 따로 없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오모(35)씨는 “주변에 스쿨존 속도가 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자식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며 “실제 스쿨존에서 차량들이 일반 도로와 똑같이 달리는 것을 볼 때면 법을 더 강화해야 한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514건으로, 어린이 3명이 숨졌다. 올해도 대전 동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배승아(9)양이 숨지고, 지난달 10일엔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조은결(8)군이 신호를 위반해 우회전하던 시내버스에 변을 당하는 등 스쿨존 내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반복되면서 학부모 민원도 증가하는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올해 3월 스쿨존 관련 민원은 37만 9814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021년 4월~2022년 3월) 4만 7010건과 비교하면 8배 늘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처벌과 교통교육 강화로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민식이법으로 교통안전시설이 늘었지만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의식은 따라오지 않고 있다”면서 “법원에서 더 강력한 처벌해야 운전자들의 주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