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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류 중에서 와인 등 과실주는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달 과실주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8.6% 하락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소주·맥주 가격과 달리, 과실주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과실주 가격은 지난해 12월 4.2% 올랐다가, 올해 1월엔 1.9% 하락했다.
연간으로 봐도 지난해 주류 물가 중 과실주만 유일하게 물가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보다 5.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소주값은 7.6% 상승하면서 2013년(7.8%)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맥주도 5.5% 뛰면서 2017년(6.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하지만 과실주는 1.1% 내려 주류 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에서 할인을 한 영향으로 과실주 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달처럼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기념일이 있으면 와인 제품의 할인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롯데마트는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했고, 이마트도 유명 와인을 1만원대에 파는 등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와인 소비가 늘어나 할인점이나 유통채널에서 적극적인 와인 프로모션을 한 것이 과실주 물가 하락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와인 특성상 할인 여지가 큰 영향도 있다. 맥주와 막걸리(탁주)를 제외한 국산 주류의 경우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에 이윤까지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이 때문에 이윤을 높일수록 출고가가 불어나 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할인 여지가 적다. 반면 와인 등 수입주류는 세관을 통과할 때 수입 신고가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세부담 없이 이윤을 붙이는 등 국내에 비해 판매업자의 가격 조정 폭이 넓다.
일각에서는 주류 물가가 올해에도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맥주에 대한 세율은 1리터당 30.5원, 탁주는 1.5원 올라 각각 885.7원, 44.4원이 된다. 주류업계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당분간 가격을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4월 주세 인상 후에는 가격 인상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세금 인상에 편승해 소비자 가격을 더욱 큰 폭으로 올리는 ‘편승인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매겨지는 맥주·탁주(막걸리)의 과세방식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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