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한 ‘정신건강의 날’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지난해 517건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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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자 응급입원과 관련한 여러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50조에서는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에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 중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다른 입원을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급박한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3일 이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응급입원을 진행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1~6월까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관할 지역 안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에는 평균 3시간 1분이 소요됐다. 소요시간이 가장 길었던 상위 5개 사례는 모두 6시간을 초과했다. 최장 7시간 13분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응급입원이 되면 다행이다. 2021년 기준 경찰이 응급입원을 의뢰한 총 7380건 중 입원을 거부당한 사례는 517건, 전체의 7.0%에 달한다. 이렇게 응급입원이 지연될수록 정신질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력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데에는 응급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하고 실시간 잔여 병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과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24시간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8개소를 지정하고 향후 매년 2개소씩 신규기관을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9월 현재 기준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4개소 뿐이다. 세 차례에 걸친 공모에도 의료기관의 사업 참여는 저조하다. 오히려 경찰에서 지자체와 의료기관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범사업 시작했지만…현장은 “처음 듣는 얘기”
복지부의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수가 시범사업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해당 시범사업은 정신질환자가 응급입원할 경우 입원료, 응급처치료 등에 100% 가산을 적용하는 내용으로, 2021년 기준 16개 시·도, 21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의 전체 응급입원 의뢰건수(7380건) 중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 응급입원한 비율은 12%(846건)에 그쳤다. 뿐만아니라 참여 병원 상당수가 시범사업의 내용은 물론 참여 여부마저 모르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잔여 병상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2019년 5월 정부는 정신응급상황 시 24시간 현장에 출동해 입원 연계 등을 지원하는 응급개입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설치된 수가 적고, 운영 중인 응급개입팀 대부분도 상담 위주로 운영되거나 원거리 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실시간 잔여 병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개소 중 정신질환자를 위한 폐쇄병동 가용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88개소에 불과하다.
인재근 의원은 “잔여 병상 조율 체계, 정신질환자 치료 시설, 정신질환자 24시간 진료 인력 등은 이미 국내 정신의학계의 오랜 과제였지만, 복지부는 탁상행정식 제도를 만들어 놓았을 뿐 현장의 애로사항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정신질환자 응급입원과 관련한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