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앞 문구점뿐 아니라 이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도매점 역시 타격을 입었다. 새 학기라 한창 바빠야 할 시기지만,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는 ‘국내 최대 문구·완구 도매 종합시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한 오세철(65) 사장은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하니 문구업계가 폭삭 망했다”며 “학교 앞 문방구가 망하고 도미노처럼 우리 같은 도매업도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구점 사장님들의 곡소리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14일 이데일리가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작년 12월 기준 전국에 사라진 문구점만 총 340여개에 달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기준으로 보면 종로구(8개), 광진구(6개) 등 12개 자치구에서 문구점 43개가 자취를 감췄다.
장사를 접은 문구점들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구점은 폐업은 엄두도 못 낸 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만 열어놓고 있었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김모(80)씨는 “마음 같아서는 다 내놓고 싶은데 폐업도 못 한다”며 “지금 가게를 내놓는다 해도 들어올 사람도 없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학교 앞뿐만 아니라 회사 주변 골목상권도 바꿔놓았다. 시내 곳곳의 주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던 ‘구둣방’도 정장을 입는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날 성동구 모처에서 구두수선대를 운영하는 김모(70)씨는 팔짱을 낀 채 앉아 졸고 있었다. 그는 “경기가 어려우니 거리에 사람이 없어지고, 일거리도 뚝 끊겼다”며 “임대료와 도로점용료를 구청에 내야 하지만, 그것조차 내지 못해 주위에 구둣방을 접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마수걸이도 못하는 날이 많지만 매일 가게 문을 연다는 김씨는 “자식들도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손 벌리기 미안해서 장사가 안 돼도 가게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효성과 에쓰오일 등 대기업들이 많은 공덕역 부근에서 구두수선대를 운영하는 안태종(70)씨는 “최근 손님이 너무 없어 한 달 수입은 40만~50만원이 전부”라며 “평생 해온 일이 이거인 우리 같은 사람들도 요즘 구둣방을 접고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구두수선대처럼 서울시가 보도상 영업시설물로 관리하는 가로판매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대문구에서 복권·음료 등을 판매하는 70대 황모씨도 “보통 이렇게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가는 날이 허다하다”며 “올해까지만 하고 집에서 쉴까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오모(65)씨도 “코로나 이후 그냥 가게에 나와서 책만 읽다 가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에 만원 벌면 잘 번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구두수선대와 가로판매대는 서울시정을 홍보하는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작 구두수선, 잡화판매 같은 본연의 역할은 주춤한 것이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내에서 관리하는 보도상 영업시설물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9%씩 감소했다. 올해 서울시 관리 계획에 따르면 보도상 영업시설물 철거 대상은 67개에 달한다.
구두수선대와 가로판매대 운영자 중 60세 이상~80세 미만이 전체의 65%에 달하는 것도 폐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물 인근에 편의점이 신설되는 등 소비자 취향 변화와 판매품목에 대한 경직성으로 매출액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운영자 연령층이 고령화돼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워 허가 취소와 운영 포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