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노재팬 예 스페인, 노재팬 예스 페인
“소녀상 빼세요! (‘왜’요?) 위험하니까 그냥 빼세요!”로부터 약 2주 후. 소녀상이 유럽 공기를 맡게 됐어요!
◆ 아! 저번에 빠진 평화의 소녀상이요?
맞아요.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저명한 전시회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돼 있었는데요. 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는 일본 우익들의 항의와 일본 정부의 행정 공격 끝에 철거됐죠. 심지어 기름을 들고 전시장에 불을 지르겠다는 어마어마한 협박까지 나온 상태. 계속되는 협박 전화에 전시 기획단은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철거한다”고 밝혔어요. 한국인은 물론 적지 않은 일본인들도 분노한 사건이었죠. 심지어 이 전시는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라는 제목을 달고, 검열받거나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었어요.
◆ 이제 유럽 어디로 가나요?
· “검열을 반대하는 전시에서 검열이 일어난 것은 모순”
· “전시에서 제외됐단 소식을 듣고 작가에게 직접 매입했다”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조각하고 일본 시민들이 관리하던 이 소녀상을 매입한 사람은 스페인의 영화제작자 탓소 베넷(Tatxo Benet, 호세프 마리아 베넷 페란). 베넷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거나 검열된 작품을 모으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수집한 작품만 해도 60여 점에 이른다고 해요. 그가 수집한 작품 중에는 중국의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도 있고요. 거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폭행당한 엘마 고어의 트럼프 누드화도 있어요. 모두 국가로부터 검열당했거나 정치적, 사상적 이유로 비난받은 작품들이죠. 이 작품들은 탓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세울 예정인 ‘자유 미술관’에 전시될 계획이라고.
◆ 다른 작가들도 중단을 요구하던데요?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도 작품 전시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어요. 한국 작가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 최소 12팀이 자신들의 작품을 빼달라고 했죠. 이 중에는 주최 측에서 주요 작품이라고 홍보하던 작품들도 빠져 전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미국의 작가 우고 론디노네도 지난 12일 “표현의 자유는 빼앗을 수 없는 권리”라며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죠. 일본은 뜻대로 소녀상을 "No Japan!" 하는데 성공했지만, 잇따른 후폭풍에 제대로 고통(Pain)받는 중.
두 번째/ 와글와글 북적북적 다사다난 경축사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북한, 일본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어요.
◆ 무슨 내용이었는데요?
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 키워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였어요. 일본의 경제 보복 속에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메시지였죠.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것과 달리 일본을 향한 발언은 수위가 좀 낮았어요. 문 대통령은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직설적인 발언을 피했죠. 물론 일본의 태도를 규탄하는 메시지는 여럿 있었지만 대놓고 일본을 겨냥하진 않았어요. 일본군 위안부,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문제 언급도 없었고요.
◆ 그런데 북한은 왜?
일본 이야기만 나온게 아니었거든요!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북한을 꼬집은 뒤 평화체제를 강조했어요. 자기들 이야기에 기분이 팍 상한 북한. 즉시 산하 대남기구를 통해 불만을 표출했는데요.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고 있는데 평화경제를 무슨 체면에 내뱉나”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아래 사람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는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고 비난했어요. 이번에 불만이 제법 깊은 듯, 이튿날인 16일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쏴버렸죠.
◆ 일본은 별 반응 없나요?
다소 순화된 문 대통령의 표현 때문인지 일본 정부도 내심 기대하는 눈초리에요.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는데요. 여전히 강제 노역 대법원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과 한국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세르비아 출장 중 기자들에게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할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했죠. 여전한 갈등 속에서 양국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는데요. 오는 2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주목받고 있어요.
세 번째/ (감시기지) 지브롤터를 떠납니다
영국령 지브롤터에 억류됐던 이란의 유조선 ‘그레이스1’이 드디어 지브롤터를 떠나게 됐어요.
◆ 이란 유조선이 왜 거기에?
그레이스1은 지난달 4일 지중해 입구에서 지브롤터 경찰과 영국 해군에게 억류된 이란 유조선이에요. 유럽연합의 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붙잡혔죠. 유조선은 파나마 국기를 걸고 운항 중이었지만, 파나마 당국은 “우리 선박 명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발을 뺐는데요. 그 와중에 이란이 “지브롤터 억류는 해적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이란산 원유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잔뜩 화가 난 이란은 주이란 영국 대사를 불러 “불법적이고 수용할 수 없는 억류”라고 강하게 항의했어요.
◆ 억류 후에는 어떻게 됐죠?
이란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지브롤터 대법원이 억류 기간을 8월까지 연장했어요.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유조선이 시리아로 향하지 않는다면 억류를 해제하겠다”고 제안했죠. 당사국뿐만 아니라 이란, 시리아와 인접한 이스라엘에서도 억류 조치에 의견을 냈는데요. 이스라엘 법률구호단체 ‘슈랏 하딘’은 “유조선을 풀어줘선 안 된다”며 지브롤터 대법원에 유조선 압류 가처분 신청을 냈어요. 이어 “유조선과 원유를 처분하고 이를 테러 희생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 그런데 결국 풀려났네요
약 40일 동안 영국과 지브롤터, 이란의 협상 끝에 그레이스1이 지브롤터를 떠날 수 있게 됐어요. 이란과 불편한 관계인 미국이 영국 측에 “계속 억류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영국은 “지브롤터 정부의 전권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죠. 이란은 “우리의 재산을 탈취하려는 음모”라며 ‘해적질’이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어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이란과 불편한 국가들까지 포함됐던 이 소동은 영국의 방면 결정으로 겨우 한숨 넘긴 셈. 어쩌면 걷잡을 수 없는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뻔했죠!
세 문장, 세상 이야기
◇ 세금을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모 연구 기관에 ‘유튜브세’ 연구 과제 수행을 요청하면서, 온라인 영상 서비스 업체를 상대로 한 세금 부과가 본격화될 전망이에요. 한국에서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세금도 함께 마련될 계획이죠. 하지만 구글은 국제 조세제도를 따른다며 정부의 유튜브세 추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
◇ 앞가림이나 잘하시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향해 “아마존에 투자하려던 돈은 독일 조림 사업에 사용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어요. 독일이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런 돈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나온 말. 독일은 “열대우림이 더 파괴된다는 우려를 반영해 투자를 철회했다”며 “국제 기부 사업인 ‘아마존 기금’과는 별개”라고 항변했어요.
◇ 엇갈린 집회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은 지난 15일 서울역 광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 단체와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한 진보 단체의 집회가 있었어요. 서울역 광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고, 광화문 광장에서는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죠. 한편 태극기 집회가 광화문 일대로 행진하면서 진보 단체 집회와 작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