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행의 역설①] ‘자아’ 찾으려다 ‘자기' 잃는다…위험한 ‘혼행’

강경록 기자I 2019.05.14 00:30:00
지난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남부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여행객 1명과 프랑스 여행객 2명(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왜 위험지역에 갔는지 반드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이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프랑스군의 구출작전으로 풀려난 한국인 여성 1명을 놓고 ‘혼행족’(혼자떠나는 여행객)에 대한 경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랑스 외무장관인 장이브 로드리앙은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남부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과 프랑스인 2명 등 3명이 프랑스에 건강한 모습으로 도착한 직후 열린 환영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40대 한국이 여성은 프랑스인 2명이 납치되기 이전에 억류돼 28일간 붙잡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성은 홀로 장기 해외여행을 하던 중으로, 가족들의 신고가 없어 정부가 사전에 피랍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외교부는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여행자제지역, 북부를 철수권고 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리 정부가 지정한 여행자제지역에 들어갔다가 납치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혼행족’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2018년 혼행족은 2017년 보다 약 5% 늘어난 약 30% 였다. 이중 혼행객의 성별 비중은 남성이 45%, 여성은 55%를 기록했다. 혼행족이 늘어난 이유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우선으로 꼽힌다. 2018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61만 9000가구’로 나타났다. 20여년 전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소득 증가로 개인의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여행을 즐길만한 금전적이 여유도 생겼다.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으려는 혼행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위 ‘자아찾기’ 여행이다. 이들은 남들이 가지 않는 오지나 위험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관례’처럼 느낀다. 하지만 혼행의 위험성은 도처에 널려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렇다. 상대적으로 여자의 위험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 그렇다고 남자가 늘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미국인 각각 여성 1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혼행의 위험성은 남녀를 불문한다.

전문가들은 여행자제 지역이나 철수권고 지역을 찾는 혼행은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혼행은 개인으로 본다면 모험심 발현이나 한계 극복의 도전이겠으나 정부가 지정한 위험 국가를 여행하는 것은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특히 단순한 개인의 이탈에 쓰이는 사회적·국가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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