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까 떨어질까…부동산 알파고 '여의도학파'도 엇갈리는 내년 집값 전망

성문재 기자I 2018.12.10 04:22:00

이상우 유진證 연구위원 "상승"
수도권 광역교통망 계획 등 호재
채상욱 하나금투 연구위원 "약세"
강세 이끌던 중소형 9·13대책 타격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내년 집값 어떻게 될까요?” 연말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라면 수없이 듣고 또 들었을 질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것만큼 어려운 질문은 없다고 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아파트값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불확실성도 높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내년 집값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과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최근 1~2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도 주택시장 강세장을 예측해 적중시켰던 시장 전문가들이다. 부동산 정보업체가 아닌 여의도 증권사에 적을 두고 있어 이른바 ‘부동산 여의도학파’로 불리며 국내 최고의 부동산 고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고수가 내년 집값 향방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둔화할지라도 방향만큼은 여전히 ‘위쪽’일 것이라는 의견과 8·2 대책의 허점을 보완한 9·13 대책으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에 약세 장세가 한동안 펼쳐질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형국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6억 초과 임대주택 장특공제 혜택 배제”

집값 강세론을 펼쳐오던 채상욱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서울 집값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채 연구위원이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이다. 고강도 규제를 담았던 작년 8·2 대책 발표 때도 상승 전망을 굽히지 않았던 채 연구원이 9·13 대책에서 주목한 것은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다.

정부는 8·2 대책 발표 당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를 통해 전월세 가격 안정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주택임대사업자 신고 후 보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줬다.

필요조건도 까다롭지 않았다. 전용면적 85㎡ 이하면 됐다. 임대주택 최대 공급자인 다주택자들의 관심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오히려 중소형 면적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을 폭등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용 60~85㎡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7월 98.6에서 올해 8월 107.1로 8.6% 뛰었고, 같은 기간 전용 85~102㎡는 8.3%, 전용 102~135㎡는 7.8% 상승했다. 중대형보다 중소형 면적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9·13 대책에서는 정부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상당부분 거둬들였다. 특히 소위 ‘똘똘한 한채’로 분류되던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이 신규 취득시에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매수 리스트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채 연구위원은 “8·2 체제(대책)에서는 다주택자라고 해도 전용 85㎡ 이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 70%를 적용받아 양도세 부담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다”며 “9·13 체제(대책)는 전용 85㎡ 이하라도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장특공제 혜택을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서울의 아파트 상당수가 투자 매력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8·2 대책, 올해 9·13 대책 전후로 실수요와 투자수요 흐름(자료: 하나금융투자)
◇보상금 풀리고 교통개발 호재까지..“상승폭 둔화해도 8% 오른다”

8·2 대책 이후 많은 연구기관들이 2018년 집값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을 때 평균 12% 상승(KB국민은행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기준)을 예측한 이상우 연구위원은 내년 서울 집값이 8.4% 오를 것으로 점쳤다. 이 연구위원은 올 한해 임대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입주대란 등의 이슈와는 달리 수도권 전월세 거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0만건을 넘었다”며 “매매와 임대 수요를 동시에 반영한 것을 넓은 의미의 주택 수요로 가정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서울 집값 상승세가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달 발표되는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나 수도권 광역교통망 계획 등이 또 다시 가격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조단위의 토지 보상금이 풀릴 수밖에 없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서울 지하철 연장 등은 서울 인근 신도시 직장인들의 출퇴근 문제를 해소해줄 최대 호재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공공주택지구 등 16개 사업지구에서 3조7000억원 이상의 토지보상금이 풀리고 내년에는 보상금 규모가 최근 10년 중에 최대인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세종시 개발 때도 그랬지만 요즘은 학습효과가 더 생겨서 보상금이 풀리면 대부분 수도권으로 몰려든다”며 “서울 강남 아파트를 우량 자산으로 보고 매수 의사를 표시하는 땅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존 재고주택 시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분양시장은 두 사람 모두 올해처럼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가격 메리트가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분양 물량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승인 과정에서 분양가가 ‘주변 가격의 110% 이내’라는 가이드라인을 적용받고 있다.

채 연구위원은 “신축과 구축 아파트간 가격 격차가 약 2배에 가까울 정도”라며 “분양시장은 호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 흐름이 신축주택에 집중돼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년에도 분양시장에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택수요(단위: 만건, 자료: 국토교통부,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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