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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스포츠 마케팅愛'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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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선 기자I 2011.08.08 08:00:00

농구,배구 스포츠단 직접 운영..골프 등 개인종목 유망주 후원
은행별 50억~100억원 책정..잘되면 '대박','꼴찌스트레스'부담

[이데일리 이학선 송이라 기자] "새로운 여자 선수단, '알토스'를 소개합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024110) 본점.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향이 이 은행 15층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180cm가 넘는 훤칠한 여자 선수들이 한명 한명 단상에 오를 때마다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고 치어리더들의 화려한 안무는 실제 경기장을 방불케하듯 흥을 돋웠다.

90년대말 외환위기로 인기 구기종목이던 야구, 농구, 축구단을 차례로 해체한 기업은행이 10여년만에 다시 스포츠팀을 창단했다. 바로 여자배구단이다. 요즘 야구나 축구 등에 밀려 다소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비인기 종목을 후원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이만한 종목이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을 소유한 산은금융그룹도 최근 스포츠마케팅단을 신설, 프로골퍼 박세리와 세계주니어 테니스대회를 우승한 이덕희를 후원키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개척자 역할을 한 산은의 이미지와 두 선수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져 후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 정환수 기업은행 여자배구단장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은행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푹 빠졌다. 선수단 창단과 특정선수 후원, 관련상품 판매가 줄을 잇는다. 국민·하나·신한 등 일반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선수단 운영이나 후원에 적게는 몇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전혀 꺼릴 게 없다. 은행의 한 마케팅 담당자가 표현하듯 '한방'이면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얻는 마케팅 효과는 돈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를 들어 이른바 황금시간대 15초 TV광고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000만~2000만원 정도. 그러나 소속팀이나 후원선수의 게임이 TV로 방영되거나 우승을 했을때 하루 종일 언론매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상업광고의 효과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 대회에서 우승할 때 국민은행과 현대차가 누리는 광고효과를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당장은 돈이 들어도 미래를 생각해 선수단도 꾸리고 유망주나 스타급 선수들을 후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소속팀이나 후원선수가 우승하면 더할나위없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이미지를 되레 깎아먹는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몇년전 잘나가는 프로골프 선수와 후원계약을 맺은 모 시중은행의 경우 이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끝내는 후원을 중단한 적이 있다.

기업들이 선수단 창단시 고민하는 대목도 '꼴찌 스트레스'와 무관치않다. 새로 팀을 만들었는데 성적이 부진하면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경쟁사와 붙어 번번이 패하면 대외이미지는 물론 기업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점도 각오해야한다. 시중은행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는 "그나마 골프선수 후원이 많은 건 야구나 농구와 달리 골프는 성적이 부진해도 티가 별로 안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쏟아붓는 돈은 얼마나 될까. 운동종목이나 스타급 선수유무, 후원선수와 대회 규모 등에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금융지주사별로 연간 50억~1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구기 종목 중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드는 종목은 농구와 배구. 기업은행이 배구단을 창단한 것도 결국은 다른 종목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배구단 운영에 연간 40억원 정도면 된다"고 전했다. 한해 1조원대의 순익을 내는 은행으로선 이 정도 비용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큰 부담이 없는 셈이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개최한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가 힘차게 스윙하고 있다. 
후원선수를 정하는데도 몇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게 '될성부른 유망주'를 어릴 때부터 밀어주는 것이다. KB금융(105560)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김연아를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후원했다. 지난해부터는 리듬체조 유망주인 손연재, 피겨 유망주인 곽민정·김해진도 후원하고 있다.

가급적 역경을 딛고 우승한 선수일수록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크다. 맨발의 투혼으로 온 국민에게 벅찬 감격을 선사했던 박세리와 청각장애를 딛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이덕희를 산은금융이 후원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각종 스포츠를 후원한다고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선수들을 '도구화'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골프를 예로 들며 "후원해준답시고 선수를 불러내 고객들과 라운딩을 하는 게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겠냐"면서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사적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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