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 ‘G7’을 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모자란 게 냉정한 분석이다. 문 전 대통령이 주로 거론했던 국내총생산(GDP) 10위권은 사실이다. 지난해 한국 명목 GDP(달러화 환산 기준)는 1조8394억달러로 12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5000만명이 넘는 인구 덕이다. 1인당 GDP는 꾸준히 30위권 정도다. 미국, 유럽 등을 여행할 때 현지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는 건 한국이 그만큼 작은 경제라는 의미다.
유엔(UN) 무역개발회의 그룹B(32개국), 국제통화기금(IMF) 선진경제권(39개국) 등 국제기구의 선진국 평가는 너무 후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청렴 순위에서 한국은 32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금융·의료·교육·법률 등 고급 서비스업들이 국가 보호 아래 국제 경쟁 없이 존재하면서 선진국을 자처하는 것은 민망하다.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다는 금융사들 중 세계 무대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곳은 찾기 어렵다. 국제 영리병원을 두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국민 정서 역시 마찬가지다. 우재준 드폴대 종신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선진국에 근접했다고 한다면, 세계에서 뛰는 기업들 외에는 그 이유가 마땅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메이크 인 아메리카’를 추진하면서 제일 처음 구애한 것이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였다. 삼성 스마트폰의 위상은 애플과 맞먹고, 이제 미국 어디서든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를 볼 수 있다.
기자는 최근 삼성 위기론을 보면서 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떠올렸다. 해외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은 폐쇄성이 짙은 나라다. 고급 서비스업들은 ‘우리끼리’만 외치고 있고, 기업 규제의 키워드는 ‘평등’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라 안에서 비교하고 시샘하는 문화만 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경직성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공무원 같은 직원들을 양산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 따르면 아태 본부를 한국에 둔 다국적 기업은 100개가 채 안 된다. 5000개가 넘는 싱가포르와 차이가 확연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세계 일류 삼성전자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최근 삼성 실적 부진 이후 많은 전현직 임직원들을 만났다. 삼성 인사팀장을 지낸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국가·사회적으로 악재만 있다”고 했다. 여기서 삼성마저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진국스럽지 않은’ 폐쇄적인 법·제도를 꼬집은 것으로 읽힌다. 이미 다른 기업들 역시 비슷한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간단치 않은 일이다.
최근처럼 삼성을 향한 외부 조언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이제 우리가 할 것은 국가·사회 차원에서 재정비해야 할 기업 관련 법·제도는 없는지 되돌아 보는 일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근간까지 흔들린다. 고급 서비스업의 국제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희망은 세계에서 싸우고 있는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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