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후련하다" 한마디에 법률봉사 11년째…마을변호사 박재성

성주원 기자I 2024.01.01 05:33:00

법무부 장관 표창 받은 박재성 변호사 인터뷰
외국인 상담에…전세사기 피해 법률지원 TF도
"취약계층 한해 소송비용 지원되면 효과 클것"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거 때문에 며칠을 고민했는데 속이 후련합니다.”

“상담받고 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그림이 그려지네요. 감사합니다.”

박재성(48·사법연수원 42기) 변호사는 만 10년 넘게 마을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이같은 반응을 접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바로 법률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변호사 박재성은 그해 6월 첫 시행을 앞두고 게시된 마을변호사 모집 공고에 무작정 지원했다. 그때만 해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이 전부였지만 어느새 그는 마을변호사 제도와 함께 성장한 12년차 법조인이 됐다.

박재성 박재성법률사무소 변호사
법무부는 지난 12월18일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에서 박 변호사를 포함한 6명의 마을변호사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마을변호사 제도는 변호사들이 법률사각지대에 놓인 지방 읍·면·동 주민들에게 재능기부 방식으로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제도다. 2013년 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행정안전부 3개 기관의 협업으로 도입했다. 현재 제6기 마을변호사 1228명이 전국 1414개 읍·면·동에 배정돼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했고 다수의 마을변호사들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법률지원에 나섰다. 박 변호사도 그중 한명이었다.

충북 청주 청주지방법원 앞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박 변호사는 “인근 대전 지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이 발생해 법률지원을 나갔다”며 “이미 구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도 많아 안타까웠지만, 서둘러 법적 조치를 취하면 소액 보증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분이 있어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2019년부터는 ‘외국인을 위한 마을변호사’ 모집에도 손을 들고 참여했다. 그는 상담 사례 중 회사에서 부당대우를 받고 집주인한테도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한 동남아시아 외국인 노동자를 도운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분 사연을 쭉 듣고 나서 ‘어디 어디 찾아가시면 된다. 집주인의 주장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변호사가 말했다고 얘기해봐라’라고 조언을 해줬다”며 “스스로 외국인이라고 무시당해 정당한 대우를 못 받았다고 자책하다가 한국사람이 자신을 도와주는 상황에 놀라면서 고마워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박 변호사는 출범 10년을 넘긴 마을변호사 제도가 조금만 개선된다면 몇배의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매뉴얼상 마을변호사의 역할은 상담까지고, 소송이 필요한 경우는 법률구조공단이나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법률구조재단으로 안내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부분에 대해 번거롭고 귀찮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을변호사가 유료 선임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이 우려돼 제한을 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상담자가 취약계층에 해당하고 시급하게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법무부 예산이 지원되는 형태의 변화를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마을변호사 활동을 언제까지 할지 정해놓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번에 큰 상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18일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에서 이노공(왼쪽 첫번째) 법무부장관 직무대행과 박재성(왼쪽 두번째) 변호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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