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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아진 기관 수요예측…신생 운용·자문사 주춤할까

권소현 기자I 2022.04.12 05:30:00

자본금 넘는 뻥튀기 수요예측에 요건 강화
등록 2년 넘고 투자일임 50억 이상이어야
"공모주 못 받겠네"…3~4곳 등록신청 취소하기도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등록을 위한 대기줄이 길지만, 곧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자격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실제 등록신청을 했다가 최근 취소한 곳도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이후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려면 등록 후 2년이 지나야 하고 투자일임재산 규모 50억원 이상인 투자일임사나 사모펀드 운용사만 가능하다. 등록 후 2년이 안됐더라도 투자일임재산 300억원 이상일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 5월1일 이후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IPO부터 해당한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수요예측에 허수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요예측 질서를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금융투자협회가 인수업무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공모 대어로 꼽혔던 LG엔솔은 수요예측 최종 청약 경쟁률 2000대1을 넘겼다. 수요예측에 기관투자자들이 써낸 돈만 1경500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LG엔솔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 680개 기관 중 80% 이상이 청약 한도인 9조5625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숫자가 뻥튀기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공모주 받기에 혈안이 된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들이 자본금이나 펀드순자산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를 청약한 것이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곳들이 청약 최대치를 써내는 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 수요예측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실제 불성실 수요예측 건수를 보면 지난 2019년 19건에서 2020년 35건, 2021년 66건으로 공모주 투자열풍과 함께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두 해 동안 전체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행위 101건 중 사모자산운용사가 40건, 투자일임업자가 39건으로 두 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했다. 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본연의 고객 자산 운용업무보다 IPO 수요예측 참여를 통해 고유재산 운용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도 컸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설립 2년은 지나야 수요예측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신규 운용사와 자문사 설립의 큰 유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신규 설립 신청도 다소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를 위한 자문사 설립 수요가 이제 줄어들 것”이라며 “실제 기존에 신청했던 곳 중에 3~4곳은 등록신청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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