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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파워는 막강하다. 가장 힘이 셀 때는 정권 초기다. 지지율도 보통 70∼80% 사이를 오르내린다. 대선 이후 허니문 효과에다 국민적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취임 직전 가장 고심하는 건 역시 인사다. 내각을 잘 꾸려야 앞으로의 5년이 뒷받침된다.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가장 큰 걸림돌은 후보자 가족들의 강력한 반대다. 특히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한다”는 우스개도 허다하다. 때로는 “인사청문회에서 망신당하기 싫다”며 고사하는 경우도 적잖다.
역대 정부는 조각(組閣) 과정에서 시련을 겪었다. 2007년 대선에서 530만표 이상의 압승을 거둔 이명박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에서 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첫 과반 승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촛불개혁 정부를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인 ‘베스트 인재’라고 강조했지만 어김없이 낙마자가 발생했다. 철저한 검증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민적 눈높이에 미달하는 크고작은 하자가 속출했다. 결국 여론부담에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이어지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는 ‘내로남불’과 거의 동의어다. 우선 여야는 일관성이 없다. ‘위장전입’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명백한 부적격 사유, 여당은 이해 가능한 수준이라고 싸운다. 부동산 문제도 재테크와 투기의 경계가 애매하다. 여야가 달라지면 입장은 정반대로 바뀐다. 인사청문회 진행과정은 더 큰 문제다. 능력·전문성 검증은 뒷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흠집내기다. 이런 식이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도 ‘통과 불가’라는 농담이 나온다. 싸우던 여야도 가끔 통할 때가 있다. 현역 의원이 후보자로 나서면 ‘제식구 감싸기’가 발동하다. 송곳검증의 칼날은 무뎌진다. ‘현역의원 불패신화’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초대 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여소야대의 벽은 험난하다. 172석의 민주당이 반대하면 인준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다만 역풍을 우려한 민주당이 첫인사부터 반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본격적인 전투는 다가올 장관 인사청문회다. 신구권력의 정면충돌에 이어 지방선거가 다가온다는 점에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한때 나라를 두동강냈던 조국사태 시즌2가 되풀이될 수 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내로남불에 국민은 피곤하다. 여야의 역지사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