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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녁노을이 퍼지는 시간, 나무다리를 건너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아이들. 그 다리 아래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강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 사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보다 평화로운 풍경은 흔치 않을 거다. 적당한 생동감과 적당한 서정성, 그 둘이 씨실 날실처럼 엮였다. 동남아시아 라오스의 어느 오지에서 잡아낸 이 전경은 사진작가 황정희(48)의 작품이다.
작가는 5년째 라오스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중이란다. “왜 라오스냐”고 물으면 딱히 답이 있을까. 처음에는 땅에 반했고 사람에 매료됐다고, 나중에는 생명력에 반했고 희망에 매료됐다고 할 것이다.
애잔한 눈빛으로 이방인에게 기꺼이 품을 내준 그들에게서 ‘우리’를 봤던 것 같다. ‘귀갓길’(2014)이 이질적이지 않은 건 풍광이 아니라 그 눈맞춤 때문일 거다.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라오스’에서 볼 수 있다.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80×53㎝.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