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고혈압약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음을 확인, 지난 7월 7일 해당 원료가 들어간 115개 품목을 확인하고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특히 식약처는 지난 6일 중국 주하이 룬두로부터 원료를 받아 제조한 59개 품목에서도 같은 발암물질이 검출, 추가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판매 중인 고혈압약 571개 품목 중 30.5%에서 발암물질이 나와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문제는 일부 제약사들이 판매가 중단된 자사 고혈압약 제품을 또 다른 자사 제품으로 처방을 교체하기에 급급하다는 것. 특히 교체한 제품에서도 또 다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후폭풍은 현장의 영업사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제약바이오업계 라운지에는 A제약사 영업사원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차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에서 발암물질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자사 제품을 처방하도록 병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서도 이달 발암물질이 검출, 거래처로부터 신뢰를 잃어 방문 거부까지 당하는 처지에 내몰렸다는 내용이다.
A사의 해당 제품은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이 주성분인 고혈압약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95억 7563만원 어치를 처방한 대형 품목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해당 복합제는 43억 100만원 어치가 처방됐다. 하지만 발암물질 검출로 한 순간에 판매가 중지됐다.
이에 A사 영업사원은 “회사가 국산원료라고 해서 교체를 했지만 나중에 중국산으로 밝혀지자 병원 원장들에게 할 말이 없어졌다”며 “유대와 믿음이 다 무너졌는데 회사는 이 와중에 또 다른 약으로 전량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회사가 다시 교체를 지시한 제품은 발사르탄과 다른 ‘텔미사르탄’ 성분의 고혈압약이다. 지난해 38억원 어치가 처방된 제품으로 회사는 기존 제품 처방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제품 교체를 지시한 것이다.
A사 또 다른 영업사원은 “블라인드에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회사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며 “처방 교체를 지시한 약에서 발암물질이 나왔지만 영업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실적만 강조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일부 제약사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회사 이름만 바꾸면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회사 제품이 발암물질과 무관하다고 했던 것은 지난달 자체 조사 결과 발암물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발암물질 성분이 포함된 것을 알면서도 영업사원들에게 지시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국적 제약사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B사의 영업사원들도 일부 병원에서 면담을 거부당하는 처지에 놓인 것. B사의 경우 1차 발암물질 검출 이후 ‘자사 제품은 식약처에서 발표한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대상 품목에 해당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제작해 영업사원들을 통해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해당 제품이 국내 원료 제조 업체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국내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해당 국내 제조사도 중국 원료 업체의 ‘조품’을 받아 쓴 것이 드러나면서, 해당 품목도 지난 6일 판매가 정지됐다. 조품은 그 자체가 약리 활성을 가진 물질로 원료의약품을 만들기 바로 전 단계 물질이다. 이에 B사는 홈페이지에 서둘러 사과문을 올렸지만, 정작 이에 대한 뒷수습은 현장에서 의료진을 만나는 영업사원의 몫이 됐다.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회사에서 발암물질 성분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거래처에 자사 제품은 안전하다고 설득했던 영업사원들은 한 순간에 거래처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며 “경쟁사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틈을 타 처방 교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영업 현장을 고려한 회사의 책임감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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