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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 자체가 여행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가는 길 자체가 여행이다. 수도권에서 멀고 먼 첩첩 산골에 자리한 까닭이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조침령터널을 통과하기보다 홍천군 내면에서 구룡령을 넘는 방법을 추천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구룡령 꼭대기에 오르면 차를 세우고 둘러보자. 양양 이정표가 반기는 곳에 서면, 양양 쪽으로 거대한 산맥이 물결친다. 백두대간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흘러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첩첩 산줄기 중에 가장 높은 곳이 설악산 대청봉이다.
구룡령에서 내려와 미천골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비로소 미천골이 시작된다. 반질반질한 암반이 펼쳐진 수려한 계곡 덕분에 왠지 신비의 땅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천골은 백두대간 약수산(1306m)과 응복산(1360m) 사이에서 발원해 남대천으로 흘러가는 후천의 최상류다. 계곡물은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
미천골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1km쯤 오르면 양양 선림원지가 반긴다. 절터로 가는 돌계단을 오르면 예상외로 너른 터가 펼쳐진다. 절터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승탑, 홍각선사탑비 등이 덩그러니 남아 빛난다. 1000년도 훨씬 전에 새겨진 탑과 승탑의 조각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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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집 제2지구, 야영장 등 미천골자연휴양림 시설물을 지나 계곡을 5km쯤 거슬러 오르면 숲속의집 제3지구에 닿는다. 여기가 불바라기약수터로 오르는 출발점이다. 입구에는 차량 차단기가 내려졌고, ‘불바라기약수 5.7km’ 이정표가 보인다. 경사가 완만한 임도라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산양 지킴이 구조대 초소를 지나면 미천골 정자가 보인다. 정자 앞으로 높이 약 70m 상직폭포가 콸콸 쏟아진다. 폭포를 지나면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다. 길은 응복산의 품을 부드럽게 파고든다. 계곡물 소리, 새소리, 바람이 울창한 나무를 할퀴는 소리를 친구 삼아 걷고 또 걷는다.
어느덧 불바라기약수 삼거리. 여기서 임도를 벗어나 계곡 옆 오솔길로 접어든다. 징검다리를 서너 번 건너면 좁은 계곡에 갑자기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면이 청룡폭포이고, 오른쪽에 황룡폭포가 있다. 불바라기약수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청룡폭포 상단 바위에서 흘러나온다. 거기에 긴 호수가 연결되어 폭포 중간쯤 암반으로 약수가 떨어진다. 약수를 만나는 암반은 철분 때문에 온통 붉은색을 띤다.
불바라기라는 이름은 ‘불 바닥’에서 나왔다. 철이 많은 미천골 곳곳에 대장간이 들어서 온통 불 바닥이었다고 한다. 물맛이 강해 목젖이 불을 삼킨 듯 뜨겁게 느껴질 정도여서 불바라기라고 불렸다는 말도 있다. 한 모금 들이켜니, 불처럼 뜨거우면서도 탄산이 든 약수가 시원하다. 잠시 후 내 안에 막힌 뭔가가 뚫린 느낌이 든다. 내려오는 길에는 탁족을 즐기자. 차가운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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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골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은둔을 즐겼으면 다음 날은 양양 바다를 향해 길을 나서자. 가는 길은 물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후천은 미천골과 몸을 섞은 뒤 남대천으로 변하고, 결국 바다를 만난다. 미천골에서 후천을 따르면 해담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으로 깨끗한 후천이 흐르고, 사방을 수려한 봉우리들이 감싼다.
해담마을은 전국에서 잘나가는 체험 마을 중 하나다. 주민들은 알려지지 않은 오지를 색다른 자연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계곡은 수륙양용자동차를 타는 기막힌 코스가 됐고, 나무가 빽빽한 숲은 삼림욕장, 널찍한 계곡 옆 공간에는 통나무집과 야영장이 들어섰다. 해담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포츠는 단연 수륙양용자동차 타기다. 천혜의 숲과 계곡, 대자연을 배경으로 즐기는 수륙양용자동차 타기는 놀이기구와 다른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해담마을에서 다시 후천을 따라 내려가면 송천떡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 간이 상점에서 그날 만든 떡을 판다. 일단 여기서 떡을 맛보는 게 순서다. 인절미, 수리취떡 등 어느 걸 먹어도 맛나다. 장작불에 삶은 떡쌀을 떡메로 치고 손으로 주무르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매일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떡을 만든다. 마을 안쪽에는 떡 만들기 체험과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었다.
양양 시내에 들어서면 후천은 남대천과 몸을 섞는다. 남대천은 영동 지역에서 가장 맑고 긴 강으로, 연어가 돌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대천연어생태공원에는 우거진 갈대 사이에 생태관찰로가 조성되었다. 느긋하게 걷다 보면 갈대 사이로 남대천이 불쑥 나타나고, 멀리 낙산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이 남대천 주변을 산책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조금 올라가면 양양의 자랑, 낙산사를 만난다. 낙산사는 설악산 줄기가 동쪽 바다로 잦아들면서 너른 동해를 향해 선 오봉산(낙산)의 품 안에 자리한다. 거대한 해수관음상 앞에서는 바다와 설악산이 흘러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일출이 유명한 의상대를 지나면 바닷가 석굴에 자리한 홍련암이 나온다.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낙산사를 세웠다는 창건 설화를 간직한 곳이다. 홍련암의 관음보살은 간절하게 절을 올리는 아낙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본다.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입구→양양 선림원지→불바라기약수→미천골자연휴양림
▶1박 2일 여행 코스= 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입구→양양 선림원지→불바라기약수→미천골자연휴양림→(숙박)→ 미천골자연휴양림→해담마을→송천떡마을→남대천연어생태공원→낙산사
▶가는길=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 IC→구룡령로→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주변 볼거리= 양양 진전사지, 하조대, 남애항,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