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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2002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며 가리왕산에 경기장 조성 안을 포함시킨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부지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을 훼손시킨다며 경기장 조성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도 최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배후단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에 당초 빠져있던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특별법안이 통과되더라고 가리왕산이 아닌 다른 곳에 부지 조성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가 조성하고 있는 가리왕산의 중봉 일대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산림법에 따라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유치위원회는 이 곳에 스키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 강원도 “선수들 컨디션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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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관계자는 “활강 경기장 조성에 가리왕산 92㏊가 편입되지만 이 중에서도 슬로프가 지나가는 지역에만 손을 대기 때문에 가리왕산의 1%도 안 되는 23ha만 영향(훼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3ha는 23만㎡로 이는 준 신도시급 규모다. 이곳이 수도권에 있다면 국민주택규모 85㎡의 집을 3500~4000가구나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동계올림픽유치지원단 시설관리처 관계자는 “한 선수가 활강과 회전 등 4가지 종류의 알파인 스키 경기를 뛰기 때문에 주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용평스키장과의 이동 거리가 짧아야하는 요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가리왕산 한 곳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주경기장인 용평스키장과 가리왕산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다. 출전 선수들의 컨디션도 우선 고려돼, 주경기장과 가까운 가리왕산에 활강경기장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 환경단체 “행정편의에 멍든 산, 자연복구 불가”
환경단체는 경기장 선정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나 경제적 가치 등을 따져보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가리왕산을 확정,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강원도에 확인한 결과, 경기장 부지 선정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채 해당부서 공무원이 평창과 가까운 13개 산의 높이만 조사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자료가 없는 상태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추진하면서 가리왕산 선정관련 보고서 한 장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 국장은 “10일뿐인 동계올림픽을 위해 후손에게 전해줄 산림 자원을 훼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동계올림픽이 2018년인 만큼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경기장 대체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암댐과 만항재, 가리왕산 대체지로 떠올라
현재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발왕산 도암댐과 강원 태백시 만항재 1450m고지가 가리왕산 대체지로 거론되고 있다.
도암댐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홍수조절 능력이 없어 8년 전부터 댐을 철거하자는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돼 왔다.
서재철 국장은 “만약 이를 철거하면 활강경기장 조성 시 필요한 표고차 800m를 충족할 수 있어 충분히 경기장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며 “철거와 동시에 개발이 가능해 가리왕산 보다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휘중 센터장은 “지식경제부가 2015년까지 폐탄광·폐광산 지역 복원예산으로 2700억원을 책정했다. 폐석탄광 70~80%가 몰려 있는 만항제에 활강경기장을 조성하면 복구와 개발이 함께 이뤄져 예산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강원도는 활강경기장 조성을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폐탄광·폐광산 복원 비용을 활용하면 경기장 조성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선수촌이나 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숙소건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비용도 정선의 하이원 또는 태백의 오투리조트 등을 이용함으로써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침체된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