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받아야 할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달아나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끼리 소송으로 다투게 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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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굴삭기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피고 B씨는 지난 2021년 11월 22일 인터넷 중기거래 사이트에 자신 소유의 굴삭기를 판매희망가격 6500만원에 매물로 등록했다. 같은 날 이 매물을 본 C씨는 B씨에 구매의사를 밝혔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C씨는 보이스피싱을 이용한 사기범이었다. C는 8일 뒤인 11월 30일 B씨를 사칭하면서 A씨에게 연락해 이 사건 굴삭기를 5400만원에 매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양측은 전화상으로 매매계약을 확정했다.
A씨는 사기범 C의 요구에 따라 굴삭기 매매대금 5400만원을 B씨 명의의 금융계좌에 송금했다. 굴삭기 등록증의 명의가 B였기 때문에 사기범 C는 자신의 계좌로는 받을 수 없었다. A씨는 등록증 명의와 계좌 명의가 B로 일치한 만큼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5400만원이 B 명의 계좌로 이체된 직후 C는 B씨에게 전화해 ‘5000만원을 다시 보내주면 바로 6100만원을 송금하겠다’고 말했다. 세금신고 문제 때문이라는 핑계를 둘러댔다. B씨는 5400만원이 입금된데다 5000만원을 보내도 400만원이 남아있기 때문에 큰 의심 없이 C가 불러준 계좌로 5000만원을 보냈다.
그런데 이후 C는 연락이 두절됐다. 결과적으로 굴삭기 매수희망자 A씨는 5400만원을 잃었고, 매도인 B씨는 400만원이 계좌에 들어온 상황. 중간에서 매도인을 사칭한 사기꾼 C는 5000만원을 챙겨 사라졌다.
대금을 완납했으니 굴삭기를 가져가겠다고 하는 A씨 측과 매매대금을 받지 못했으니 굴삭기를 인도할 수 없다는 B씨간 분쟁이 벌어지고 나서야 양측은 C의 사기범행을 인지하게 됐다.
피해자 A씨는 또다른 피해자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5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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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이 사건 부당이득은 5400만원이 아닌 B씨가 갖고 있는 400만원이라고 판단하고 B씨가 A씨에게 4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도 B씨의 부당이득금이 54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비적 청구로 C의 사기범행을 B씨가 부주의(과실)로 방조했다는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용된 400만원 부당이득 반환과 별도로, B씨가 A씨에게 과실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2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A씨와 B씨 모두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추가로 인정한 2000만원 손해배상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B씨가 사기범 C에게 굴삭기 사진, 건설기계등록증 사진, 인감증명서 사진, 계좌번호 등을 전송해준 것은 매매과정에서 필요한 자연스러운 일일 뿐 거래상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다”며 “B씨가 이체행위를 한 것도 편취금이 사기범 C에게 귀속하게 된다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B씨에게 사기범 C의 불법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거나 B씨의 행위와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원심이 B씨의 과실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데에는 과실 방조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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