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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칼질’ 가능한 美…미리 지침 정하는 스웨덴

경계영 기자I 2024.01.15 05:35:00

[반복되는 '졸속' 국회 예산안 심사]
미국 `페이고` 원칙 따라 한도 맞춰 예산 편성
사전예산심의제 도입한 스웨덴·영국·캐나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의회가 재정에 대해 강한 통제권을 가진 대표적 나라로는 미국이 꼽힌다. 의회는 무제한으로 예산안을 수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 예산 편성권도 있다.

10월부터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미국은 그보다 8개월 전인 2월 첫째 주 대통령이 예산안을 제출한다. 이를 기초로 미 상·하원이 각각 두 달가량 논의를 거쳐 4월15일까지 합동 ‘예산결의안’(Budget Resolution)을 마련한다. 예산결의안엔 총수입·총지출은 물론 각 상임위원회가 맡은 기능별 지출 규모, 조정지침 등이 담겨있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의 모습. (사진=로이터)
5~7월 하원 세출위는 세출소위에 재원을 배분하고 소위원장이 기능별 세출제안서를 만든다. 하원 본회의에서 농업·식품, 국방, 산업, 에너지, 국토, 환경 등 12개 분야별 세출예산법안을 각각 의결해 상원으로 송부하면 상원이 세출예산법안을 심의한다. 이후 상하원은 합동회의에서 최종 세출예산법안을 통과시킨다.

특히 미국은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리지 않곤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수입을 감소시킬 수 없도록 한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한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스웨덴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9월20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차이가 있다면 예산안을 내놓기 5개월 전인 4월 정부가 경제·재정정책의 지침 격인 ‘춘계재정정책법’을 제출하도록 한다.

춘계재정정책법엔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향후 3년 동안의 연도별 27개 분야 재정지출 규모가 담긴다. 여야 간 논의를 거쳐 6월 춘계재정정책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이를 토대로 정부가 예산안 작성에 착수한다. 사전 심의까지 포함하면 예산안 심의 기간이 우리나라보다 더 긴 셈이다.

사전예산심의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스웨덴만이 아니다. 영국도 정부가 본예산을 확정하기 3개월 전까지 ‘사전예산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전예산보고서에 포함해야 할 내용이 ‘재정안정화준칙’에 상세히 규정돼 있을 정도로 철저하다. 사전예산보고서에 대해 전문가와 각 부처, 재무장관 등의 의견을 듣는 공식 심의 일정 외에도 외부 재정 전문가, 관련 연구기관 의견도 수렴하도록 했다.

캐나다 역시 예산안을 제출하기 넉 달 전 하원 공청회에서 정부가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보고한다. 재정위가 공청회 내용을 토대로 예산안에 포함될 사항을 담은 권고안을 만들고 본회의 토론을 거쳐 정부에 이송한다.

프랑스는 예산심의 기간이 70일에 불과하지만 그보다 앞서 예산 편성 방향을 두고 정부와 의회 간 논의가 이뤄진다. 프랑스 정부가 6월까지 공공재정의 전략, 예산 기본 방향 등을 포함한 ‘경제 및 공공재정의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의회가 7월 중 공개 회의에서 공공재정정책 방향을 토론한다. 이 과정에서 의회가 간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사실상 사전 심의를 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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