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푸르밀의 제조사 브랜드(NB) 제품은 계속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손을 잡고 생산·판매해 온 자체브랜드(PB) 제품들에선 푸르밀과 사실상 ‘손절’해서다.
◇푸르밀 빈자리에 동원F&B 두각…아예 발주 중단도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르밀과 PB제품을 생산·판매해 온 유통업체들은 최근 대체 협력사 발굴을 마무리 짓고 푸르밀과의 협력 관계를 속속 종료하고 있다.
먼저 푸르밀과 ‘헤이루(HEYROO) 초코·바나나 프렌즈 우유’를 생산·판매해왔던 편의점 CU는 최근 대체 협력사로 동원F&B(049770)를 선정했다. CU는 지난달 30일부터 동원F&B가 생산한 제품을 일선 가맹점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마트24도 푸르밀을 대체할 협력사로 CU와 같은 동원F&B를 최근 선택했다. 이에 따라 동원F&B는 푸르밀을 대신해 이 달부터 ‘하루e한컵 우유’ 생산에 돌입, 가맹점포에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들도 푸르밀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된 모양새다.
이마트는 푸르밀과 노브랜드 PB 제품 9종을 판매했다. 이중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는 매달 40만개 이상이 판매되면서 우유 카테고리 1등을 줄곧 차지한 제품이다. 해당 PB제품은 고객 수요가 많은 만큼 푸르밀을 비롯해 부산우유, 데어리젠 등 3곳의 협력사가 생산을 맡았던 터라 푸르밀의 빈 자리를 부산우유와 데어리젠에 맡기기로 했다. 나머지 8종은 일단 발주를 중단하고 대체 협력사를 찾고 있다.
푸르밀과 ‘홈플러스시그니처 아연 플러스 비피더스’, ‘홈플러스 시그니처 하루한컵 요거트’ 등 5종을 선보여 온 홈플러스도 PB제품 발주를 종료하고 새로운 PB상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푸르밀 사태가 빚어지기 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PB제품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며 “푸르밀 사태와 무관하게 푸르밀과 협업한 PB제품을 상품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새로운 협력사들과 새로운 PB제품으로 개발·생산키로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푸르밀에서 만든 바나나우유’ 등 리얼프라이스 PB제품을 판매 중이던 슈퍼마켓 GS더프레시도 해당 제품들을 모두 발주 중단하고 대체할 새 PB제품 개발을 위한 협력사 물색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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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제품으로 연결된 주요 유통업체들과의 협력관계가 사실상 모두 끊어지면서 푸르밀의 사업 정상화도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푸르밀의 사업 정상화가 이어져도 PB제품으로 다시 협력을 트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푸르밀의 향후 사업 정상화는 결국 NB제품 경쟁력 확보에 달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복수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푸르밀 내부에서는 PB제품 납품에 치중하면서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NB제품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하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라며 “이같은 사업구조가 결국 푸르밀의 경영난으로 이어졌다는 게 푸르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구조조정 논의에서도 향후 푸르밀이 PB제품 납품은 아예 접고 NB제품과 대리점을 강화하는 방안이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푸르밀은 ‘가나초코우유’와 ‘검은콩우유’, ‘생과즙바나나우유’ 등 간판 NB제품들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낙농진흥회와 원유 공급 계약을 해지한 데다 최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체 직원 30%에 이르는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어 현재 정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푸르밀의 NB제품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며 “각 유통업체들은 PB제품 협력은 거절하더라도 다소 시간이 걸려도 정상 납품만 가능하다면 NB제품은 충분히 납품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