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4일(현지시간) 미국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 대비 엿새째 강세를 이어갔다.
금융권의 자산상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신용우려가 고조돼 캐리 트레이드 청산 관측에 무게가 실린 결과다.
캐리 트레이드는 싼 금리의 엔을 빌려 상대적으로 위험도와 예상 수익률이 높은 글로벌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엔화 약세 요인이다. 반대인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엔화 강세 요인이다.
오후 3시23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03.30엔으로 전일대비 0.18엔(0.17%) 하락했다.
메릴린치는 이날 씨티그룹의 1분기 주당손익 전망치를 종전 55센트 순이익에서 1.66달러 순손실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의 가이 모즈코우스키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이 1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차입대출 손실로 총 18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 상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두바이 국부펀드 중 하나인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탈(DIC)의 사미르 알-안사리 최고경영자(CEO)는 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권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을 메우기 위한 추가적인 수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와코비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자산상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골드만삭스와 베어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모간스탠리 4개 증권사의 1분기 실적 전망을 낮춰잡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모기지 및 주택 시장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발언도 신용 우려를 고조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린 전미은행가독립협회(ICBA) 연설에서 "모기지 연체와 주택차압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지난 해 말 현재 이미 200만채를 넘어선 주택 재고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자 뿐만 아니라 원금을 삭감해주는 것이 모기지 연체와 주택차압을 막는 더욱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MF 글로벌 리서치의 마이클 멜피드 선임 외환 분석가는 "시장을 움직인 주요 동력은 리스크 회피였다"며 "이에 따라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달러는 유로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났다.
같은 시각 유로/달러 환율은 1.5210달러로 0.06센트(0.03%)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5275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999년 유로 탄생 이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