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보궐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30대 서울 시민 김모 씨는 후보등록을 끝낸 각 교육감 후보들의 기념사진을 보고 “당연히 정당에서 낸 후보자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은 금지돼 있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교육감 선출 방식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다. ‘정당 공천 금지 조항’도 동시에 도입됐다. 특정 정당,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난 교육 전문가가 교육감이 되도록 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담은 셈이었다. 주민들이 직접 교육 정책을 비교한 후 교육감을 뽑도록 해 관심·참여도를 높이겠다는 순기능도 꾀하고자 했다.
현실의 교육감 선거 양상을 지켜보자니 이같은 정신은 온데간데 없었다. 예비 등록 과정에서부터 후보들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색상을 홍보에 사용한데다 정치인과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이념 공세에 몰두했다. 한 후보는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교육 정책 탄핵’을 이뤄내고 ‘정치검찰 탄핵, 몸통 그 자체 탄핵’도 함께 이루겠다 했다. 진보진영의 단일화 후보로 추대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예비후보이던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홍보물로 만들어 배포했다 삭제했다.
반대 진영도 마찬가지다. 보수진영 단일화 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여 년간 서울의 교육은 조희연 전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들에 의해 황폐해졌다”며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한 예비후보는 자신을 ‘자유 우파 후보’라고 포스터에 명시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가 학생을 친북 주사파로 길러내는 데 거침이 없다”는 메시지도 냈다. 이같은 노골적인 구호는 교육감 선거의 최우선 가치가 정치적 중립 담보라는 점을 무색게 했다.
정당·이념에 대한 충성경쟁이 아닌 교육 정책으로 승부를 볼 교육감 후보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차제에 직선제를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로 바꾸자는 얘기도 나온다. 정당 공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들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선거철 풍경은 크게 달라질 듯 보이지 않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