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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인구 증가, 조기 치료가 중요

이순용 기자I 2024.09.01 07:32:2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는 탈모를 가속화한다. 두피의 세균 증식을 활발하게 해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가을도 탈모인들에게는 스트레스다.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두피의 유분과 수분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털이 많이 빠지거나 머리카락 굵기가 극도로 얇아진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10~30대 젊은 환자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탈모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김혜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예전엔 탈모가 중장년층 남성에 국한된다고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연령층이나 여성 등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형탈모나 출산 후 휴지기 탈모는 어린이나 여성에게도 많고, 10대 학생들도 원형탈모나 강박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벽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발은 생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하며 생성과 탈락을 이어간다. 머리카락은 보통 10만 개 정도다. 하루 50~100개 정도는 빠질 수 있지만 100개가 넘게 빠지면 탈모증을 의심해야 한다.

탈모증 중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원형탈모, 안드로젠 탈모증, 휴지기 탈모다. 원형탈모는 동전 모양으로 털 빠짐이 두피나 몸에 생기는 것으로 부분적으로도 생기지만 여러 군데 원형탈모가 합쳐져 머리 전체가 빠지는 형태나 전신의 모든 털이 빠지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안드로젠 탈모증은 남성은 앞이마 선이 넓어지는 M자형, 여성은 앞이마 선은 보존되지만 정수리 부분이 휑해지는 특징이 있다. 안드로젠 탈모증은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휴지기 탈모 역시 흔한 형태로 큰 수술이나 출산 같은 육체적 스트레스 후 생기거나 다른 내분비질환이나 영양결핍 후 발생한다.

김혜성 교수는 “원형탈모, 안드로젠 탈모증, 휴지기 탈모 외에도 나이가 들면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많이 빠지고, 최근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도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과한 음주나 흡연, 무분별한 두피 마사지도 두피 염증을 악화시키는 만큼 탈모가 있다면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탈모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좋다.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검사를 통해 병적 탈모 여부, 탈모의 형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피검사를 통해 빈혈 여부, 갑상샘 수치, 자가면역 항체 검사 등을 실시한다. 탈모 형태에 따라 모낭 확대경이나 피부조직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침범 면적에 따라 바르는 약만 처방하거나 주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최근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신약이 나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원형탈모로 머리카락이 전부 빠진 환자들에서 6개월간 약물 복용 후 모두 회복된 것으로 보고됐다.

안드로젠 탈모증은 남성호르몬의 한 형태인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DHT)의 영향을 받는다. 이 호르몬은 모낭을 축소시키고 머리를 가늘게 만든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같은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약물치료)와 미녹시딜(바르는 약)을 일차적으로 사용한다. 경구 미녹시딜은 다모증이나 부종, 심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휴지기 탈모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있어 경과만 관찰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보조적으로 바르는 약을 사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건강한 생활습관도 탈모 예방에 중요하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수면 주기는 모낭의 성장에 영향을 줘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또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식품 등 서양식 식습관, 흡연도 탈모에 좋지 않다. 탈모는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안드로젠 탈모증 가족력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김혜성 교수는 “탈모 치료를 시작할 때 부작용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탈모약으로 인한 성욕 감퇴, 발기력 감소는 1% 이하의 확률로 극히 낮다”며 “증상이 있더라도 3개월 정도 지나면 서서히 없어지는 경우가 많고, 또 증상이 지속될 경우 약을 끊으면 바로 남성 기능이 회복되기 때문에 복용을 꺼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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