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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재정 건전성 vs 금융 건전성

최은영 기자I 2024.08.06 05:00:00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최근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뚜렷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수요가 가라앉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분기 한국 경제의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제성장률이 소위 말하는 역성장(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은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통상 분기 경제성장률이 평균적으로 0.5~
0.6% 정도 나오는데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이어지는 2분기는 당연히 성장률이 좋지 않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1분기와 2분기를 합한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2.8%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초 전망한 수치와 동일하며 아직은 한국 경제가 예측 경로 상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성장의 내용을 보면 하반기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내수 부문이 모두 감소했다. 사실 정부가 믿고 있는 수출도 내용을 뜯어보면 정말 좋은 상황은 아니다. 7월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3.9%나 올랐다고 하지만 이는 작년 7월 수출증가율이 -16.2%로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금처럼 세계 시장이 주춤거린다면 향후 수출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수출이 경제를 앞에서 끄는 힘을 믿을 수 없다면 결국 내수 경기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내수 부문 내 특정 섹터의 문제라면 처방전을 통해 약국에서 약만 받는 미시적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를 망라한 전방위적 침체라면 외과적 수술도 동시에 필요하다. 즉, 거시정책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정책에서 추경으로 재정을 풀거나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둘 다 요원하다. 기재부와 한은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는 근거는 건전성이다. 먼저 추경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전 정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격하게 악화한 ‘재정 건전성’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물가 안정 목표 때문이지만 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외환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뇌피셜로는 기재부와 한은이 모두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건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먼저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눈치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어찌 됐건 두 정부 기관이 재정 건전성과 금융 건전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면 사실 반박이 불가하다. 왜냐하면 과거 외환위기, 카드채 사태, 금융위기, 재정위기 등 많은 경험을 해본 입장에서는 경제의 건전성이 훼손돼 위기를 다시 겪느니 차라리 경기가 침체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와 달리 이미 다른 나라들은 거시정책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내리지는 않지만 해마다 부채 한도를 늘리면서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확신하고 있다. 캐나다와 유로존은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서 내수 부문이 고금리의 압박에서 버티도록 노력 중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이들 나라보다 더 좋은 것인가. 그래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어도 문제는 없을까. 그런데 반드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 기조로 바뀌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의 결과로 현재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옳았는지 아니면 실기(失期)했는지 평가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금 그 ‘건전성’이라는 것이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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