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권역 부동산시장이 ‘거래 절벽’에 빠진 가운데 이같은 허위매물로 투자자를 유인해 계약금을 갈취하는 사기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브이플렉스와 같은 허위매물이 계속 나올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사기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브이플렉스, 시세보다 1000억 저렴…“전혀 사실 아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01번지 일대 브이플렉스 빌딩에 대한 투자안내서(Teaser Memorandum)가 인근 공인중개사를 통해 공유됐고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도 허위매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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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 2017년 8월 펀드로 1770억원에 매입했다. 이전 주인은 엔씨소프트로 빌딩 이름도 NC타워2로 불렸다. 현재 공유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 등 여러 임차인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건물에 대한 투자안내서가 인근 공인중개사를 통해 공유됐다. 해당 안내서를 보면 이 건물은 6년 전 거래가격(1770억원)보다 낮은 170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주변 시세가 2500억~3500억원으로 시세대비 1000억원 정도 저렴한 ‘초 급매물’이라는 설명이다.
건물 소유주가 매입금액 90%에 이르는 담보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서 은행 등 대주단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도 매물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브이플렉스를 매물로 내놓은 적 없다. 투자안내서에 담긴 내용도 전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
통상 여러 중개사가 같은 매물을 취급하다 보면 매각이 완료되거나 철회된 후에도 고의나 실수로 매물을 회수하지 않아 허위매물이 발생한다. 반면 브이플렉스는 매각 추진부터 배경까지 전부 꾸며진 ‘가짜 매물’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안내서 상에 대주단과 차입 정보가 완전히 다르고, 이자 유예 사실과 자산 매각 계획도 전혀 없는 일”이라며 “거짓 내용으로 가짜 매물을 암암리 퍼뜨리는 시도들이 있어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700억원대 강남 빌딩이 허위 매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강남에 신규 사옥을 구하려는 기업들로서는 혹할 만한 가격인데다, 매물로 나오게 된 배경도 사실로 오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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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서울 핵심 업무지구에 있는 수천억원대 건물을 매도할 경우에는 매도인이 공식 매각자문사를 선정하고 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브이플렉스처럼 부동산펀드가 운용하는 건물은 실질적 운영주체나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허위매물로 이용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부동산펀드는 신탁계약으로 운영돼서 실소유주 확인이 어려워서다.
브이플렉스의 경우 등기부등본상 소유는 신탁업자 하나은행이지만 매각 등 실질적 자산운용 권한은 부동산펀드 집합투자업자 이지스자산운용이 갖고 있다. 이런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잠재 투자자는 허위매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허위매물이 유포된 데는 최근 강남권역 부동산시장 ‘거래 절벽’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가 발표한 ‘2022년 4분기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서울 상업용부동산 투자시장 거래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약 40% 줄었다.
기준금리 상승에도 서울 강남권역 오피스 임대율이 견조한 추세를 보인 데 따라 매도자와 매수자가 기대하는 가격 차이가 커져 매매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에 허위매물로 잠재 투자자들을 유인한 뒤 다른 매물을 내놓거나, 가짜 거래 과정에서 계약금 등 자금을 갈취하려는 사기 수법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들 사이에 돌았던 브이플렉스 매물 정보에는 ‘계약금 400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업계에서는 브이플렉스와 같은 허위매물이 계속 나올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사기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700억원대 빌딩이기 때문에 가짜 거래 과정에서 수십억 또는 수백억원이 오갈 수 있다”며 “고의로 가짜 매물을 꾸며낸 만큼 수요자들은 사기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