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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평소 의상 구입 등에 상당한 돈을 쓴 점을 고려하면 재산이 11억원 넘게 늘어난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문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저서 판매로 인한 인세 수입 때문이라고 해명해 왔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재임기간 중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 같은 재산 증가 배경이 결국 국고의 사유화였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국정원의 비밀 공작활동을 위해 지급된 특활비를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쌈짓돈처럼 썼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석 달 후인 2013년 5월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습니다. 남재준 전 원장 재임 중엔 매달 5000만원 수준이던 상납금은 2014년 7월 이병기 원장 취임 후 1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후임인 이병호 원장 재임 기간에도 1억원 상납이 평균이었지만 간혹 상납액을 2억원으로 올려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본인 호주머니로 챙긴 국정원 특활비만 총 35억원이나 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돈을 대부분 개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이 중 15억원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사용했고 나머지 20억원은 본인이 직접 현금으로 챙겼습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관리한 15억원의 경우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 측근들과 통화하는 데 사용된 차명폰 요금, 삼성동 사저관리비용, 기치료·운동치료, 문고리 3인방 관리비용 등으로 사용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재만 전 비서관은 매달 1000만원을 정 전 비서관이나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통해 이영선 전 행정관에게 지급했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안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그는 이 돈을 받아 계좌이체를 통한 차명폰 요금 납부, 박 전 대통령 관저에서 이뤄진 기치료 비용 지급 등에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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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지급되는 돈 외에도 명절이나 휴가를 앞두고는 추가로 각각 1000만~2000만원씩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에게 건넨 돈만 9억7600만원에 달합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압수한 최순실씨 메모엔 2013~2015년 사이 박 전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에게 건넨 명절비·휴가비가 최씨 자필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문고리 3인방은 메모에 적힌 금액과 자신들이 받은 액수가 일치한다고 진술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화려한 의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바뀌는 옷 덕에 박 전 대통령은, ‘단벌숙녀’로 불린 독일 메르켈 총리와 비교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옷을 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박 대통령을 위한 맞춤 의상을 제작하는 의상실이 운영됐습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며 언론을 통해 최씨가 의상실 직원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은 이미 공개된 바 있지만 돈의 출처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 왔습니다. 결국 이 비용도 몰래 빼내진 나랏돈이었습니다. 무려 6억9100만원이나 됩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아 의상실 운영자금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한 돈입니다. 2013년 5월부터 매달 1000만~2000만원의 나랏돈이 의상실 운영비로 쓰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을 최씨가 2016년 9월 독일로 출국하자 개인비서 역할을 하던 윤전추 전 행정관을 통해 의상실 운영비용을 지불했습니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하고, 같은 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에 통과됐지만 의상실은 지난해 1월까지 운영됐습니다. 의상실 운영자금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던 20억원 중에서 사용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만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오면, 매달 금액을 지정해 자신에게 건네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건네진 돈이 매달 2000만~1억2000만원이고, 총액이 18억원입니다. 국정농단 의혹 초반에 상납 중단지시를 내렸다가 이후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한꺼번에 2억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입니다. 이 전 비서관이 직접 관리한 자금(15억원)이 비교적 용처가 확실한 데 비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한 20억원의 용처는 의상실 운영비를 빼고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박 전 대통령 개인예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나머지 돈의 흐름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더욱이 이 돈과 직접 관계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조사를 거부해 용처 파악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다만 최씨에게 돈이 건네진 정황은 포착한 상태입니다. 이재만 전 비서관이 청와대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쇼핑백에 봉인된 돈을 전달할 때 최씨가 함께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이영선 전 행정관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최씨 운전사에게 봉인된 쇼핑백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최씨에게 건네진 돈이 더블루K 등 최씨가 세운 법인들의 설립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들 법인들의 설립자금은 대부분 현금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랏돈으로 문고리 3인방 외에도 대통령비서실장에게도 선심을 썼습니다. 본인이 상납받은 돈 외에 별도로 매달 5000만원을 주도록 국정원장에게 요구한 것입니다. 나랏돈 빼돌리기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