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합창교항곡' 송년의례 단골된 까닭

김미경 기자I 2016.12.20 05:02:00

서울시향·KBS교향악단·부천필 등
국내 대표악단 연말마다 열풍
곡 담긴 화합·박애정신 덕분
대규모 편성· 합창 등도 세밑 분위기
서울시향 28·29일 11년 내공 보여
KBS교향악단, 30일 원조격 선봬
부천필, 21일 올해 첫 합창 포문

연말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합창 교향곡이 잇달아 울려퍼진다.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인 요엘 레비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왼쪽부터)의 합창과 더불어 세계적 거장 에센 바흐가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해석의 합창을 선보일 예정인 서울시립교향악단, 가장 먼저 포문을 열 부천필의 박영민 상임지휘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예외 없이 세밑을 달군다. 자유와 화합, 인류애를 담은 이 곡이 ‘송년의례’로 정착한 지는 꽤 오래다.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도 이달 내내 릴레이처럼 울려 퍼진다. 베토벤이 30여년에 걸쳐 만든 합창교향곡이 연말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것은 곡에 담긴 화합과 박애정신 때문이다. 대규모 편성과 합창단, 수준급 독창자가 필요한 대곡인 만큼 연말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

곡의 백미는 합창이 등장하는 4악장 ‘환희의 송가’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1785년에 지은 시 ‘자유찬가’를 베토벤이 번안해 가사를 붙였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란 인류의 우애와 단결을 호소한다. 1824년 5월 초연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전혀 듣지 못하자 알토를 맡았던 웅거가 그의 등을 돌리게 해 청중의 환호에 답례하도록 도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d단조, 작품 125 ‘합창’ 악보
각종 정치행사에서도 자주 연주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곤 했다. 대표 이벤트는 1989년 12월 23일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 독일·프랑스·영국 등 2차대전 참전국 출신 단원으로 구성한 연합오케스트라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에 맞춰 ‘합창’을 연주했다. ‘환희의 찬가’는 ‘자유의 찬가’로 바꿔 불렀다.

이번 달 국내 유명악단의 연주회만도 3편이 넘는다. 희망과 화합이란 종착역은 같지만 음악적 어법, 연주 규모 등 각 갈래를 견줘보면 골라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국내에서 ‘합창’ 교향곡을 유행시킨 주역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다. 2008년 12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처음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매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는 세계적 거장 크리스토퍼 에센 바흐가 지난해 사퇴한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이어 ‘합창’의 첫 지휘봉을 잡는다(28~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프라노 캐슬린 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석철, 베이스 김지훈이 독창자로 나서고 국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한다.

서울시향은 “합창교향곡은 시즌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매진되는 인기 레퍼토리다. 올해는 유독 어수선한 시국으로 인해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수요가 늘어 28일 공연은 네이버로 생중계하기로 했다”며 “화합과 인류의 메시지가 남다르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연주한 것으로 치면 KBS교향악단이 원조다. 1968년 12월 21일 처음 연주한 뒤 1970·1972·1974·1977년 거의 격년에 한 번꼴로 연주했고, 1984년 이후부턴 정례화했다. KBS교향악단은 “최근 송년음악회에 합창교향곡의 연주가 보편화됐지만 KBS교향악단이 유행의 시초를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해마다 늘 매진하는 대표 레퍼토리”라고 귀띔했다. 올해는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가 지휘하고 130명 규모의 연합합창단과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이명현을 비롯해 최근 예능 ‘팬텀싱어’에서 활약 중인 바리톤 손혜수가 출연한다(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부천필하모닉의 베토벤 ‘합창교향곡’은 박영민 상임지휘자가 이끈다. 21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부천시립합창단과 함께 올해 가장 먼저 첫 선을 보인다.

서울시향이 연주한 베토벤 ‘합창교향곡’의 한 장면(사진=서울시향)
KBS교향악단의 ‘합창교향곡’ 한 장면(사진=KBS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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