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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F 2011]⑦흔들리는 ''팍스 달러리움''..기축통화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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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I 2011.05.06 08:00:00

금융위기 이후 유로·SDR·위안화, 달러화에 도전장
위안화 지역통화 위상 강화..기축통화 다극화 양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달러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 기축통화로 사용하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23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이 인민은행 웹페이지에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기축통화 논쟁이 시작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물론 아직 세계경제는 달러화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의 독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정적자 문제에 손놓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재정건전성을 재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중국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유로화와 위안화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약해지는 달러 위상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아시아 통화 약세로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자 미국은 결국 1985년 `플라자 합의`로 탈출구를 마련했다.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통해 달러화의 약세를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개입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1995년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엔화가 급등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요 7개국들이 모여 역(逆)플라자 합의를 했다. 이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와중에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발생하면서 아시아 통화는 폭락하고 달러화 가치 상승세에는 더욱 힘이 붙었다. 이는 고스란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으면서 미국의 대(對)중 무역적자는 갈수록 불어났고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끈질기게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해왔다. 결국 2005년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긴 했지만 위안화의 가치는 미국으로선 만족할만한 수준만큼 평가절상되지 않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국제사회에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는 계속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지위는 더욱 불안해졌다. 위기의 근원지가 바로 달러화의 본거지,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미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유발했고 이는 결국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미국은 달러화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양적완화조치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섰지만, 이는 곧 달러화의 가치만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 채권발행 잔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채 상환이 일시적으로 몰릴 경우 유럽처럼 재정위기를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여기에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으로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기 어려워진 것이 달러화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결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 세계는 `통화전쟁중`
 
문제는 미국의 무분별한 돈 풀기로 달러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73포인트대로 떨어졌다. 2년8개월만에 최저치다. 금융위기 직후 한때 기축통화라는 점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미국의 계속된 달러 공급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전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미 달러화 표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채권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공식적으로 기축통화 개편론을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과 신흥국들이 동조하면서 미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게다가 금리가 싼 달러를 빌려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되면서 다른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10개 통화의 달러대비 환율을 가중평균한 아시아통화 인덱스는 9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통화절상을 막기 위해 신흥국들이 각종 규제를 도입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전세계는 통화전쟁에 휩싸인 꼴이다. 
 
◇ 기축통화 자리 놓고 기싸움..위안화 급부상
 
물론 아직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4월 한달동안 국제 외환거래의 84.9%는 달러화로 이뤄졌다. 국제채권의 절반은 미 달러화로 표시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원유가격을 아직은 미국 달러화로 고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 달러화가 유일한 기축통화로 군림했던 시대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다. 달러화의 대안으로는 유로화, SDR을 비롯해 위안화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달러화의 위상을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위안화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외 위안화 예금 한도 확대, 기업들의 위안화표시 무역결제 허용, 외국기업들의 역외 위안화표시 채권발행 허용, 중국은행의 역외 위안화표시예금 제공 등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결과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규모는 2009년 35억9000만위안에서 지난해 4분기에는 3128억5000만위안으로 10배 급증했다. 홍콩내 위안화 예금은 올해 1월 3706억위안으로 1년새 4.8배 늘었고 홍콩에서의 위안화 채권(딤섬본드) 발행도 작년 357억위안으로 전년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개방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금은 역외 금융시장에 한해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완전 개방을 통해 자본유출입이 자유로워져야 위안화가 결제통화 뿐만 아니라 투자통화나 보유통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가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축통화의 다극화가 진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달러화가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유로화가 글로벌 기축통화의 일익을 담당하고 위안화가 지역통화의 위상을 강화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유로화의 위상변화 정도에 따라 1강, 1중, 1약 또는 1강 2약의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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