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생 75%에 국가장학금, 표심 노린 선심 이래도 되나

논설 위원I 2024.11.25 05:00:00
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대학생을 올해 100만 명에서 내년에 150만 명으로 50만 명(50%)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대학생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지원받는 대학생 비율이 50%에서 75%로 급등하게 된다. 정부는 이렇게 하기 위해 올해보다 5900억여원(12.5%) 더 많은 5조 3000억여 원의 국가장학금 예산을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이를 두고 지나친 선심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수 결손이 거듭되며 국가 재정에 경고음을 울리는 상황과 맞느냐는 것이다.

정부 안대로라면 월소득이 800만원인 가구의 대학생도 국가장학금을 지원받게 된다. 정부가 지난 21일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내년도 상반기 국가장학금 지원 신청 접수에 들어가면서 밝힌 요건을 따져 보니 그렇다.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포함한 가구 소득 1~10구간 가운데 올해 8구간까지였던 지원 대상이 내년에 9구간까지로 확대된다. 9구간의 4인가족 기준 ‘월소득인정액’은 1220만~1829만원인데, 통계청의 소득구간(2023년 3분기)으로는 606만~806만원에 해당한다. 월소득이 800만원인 가구의 대학생에게까지 국가장학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모든 가구에 대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번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 확대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공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대학생 자녀를 둔 중산층의 국가장학금 체감도가 낮다는 점에 착안해 중산층의 표심을 노리고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과정에서 재정 지출의 형평성과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의 올해 대비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 증액 1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가장학금 예산이다.

한번 확대된 국가장학금은 되돌리기 어려우며 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등록금을 16년 연속 동결한 바람에 대학들이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판에 국민 혈세를 대학 지원보다 학생 지원에 퍼부어야 하느냐는 대학 측 불만도 적지 않다. 국회가 예산 심의에서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고등교육 예산을 전면 재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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