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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치·경제 등 미국 사회 전반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대선을 계기로 정치 폭력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번 대선이 성별, 인종 등 일종의 정체성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으로 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신화 고려대 외교정치학과 교수는 “일각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선거인단을 269명씩 나눠 가져가는 무승부(이 경우 수정헌법 12조에 따라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를 관측하기도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미 정치 역사상 최악의 혼돈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누가 승리하든 패배하는 정당은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지율에선 초접전이지만 이번 대선 최대 관심사인 경제와 불법 이민자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직무 수행 신뢰도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들이 있었다. 서 교수는 “2020년 현직 대통령으로서 패배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패배했다’는 심리적 허탈감이 공화당 내부에서 퍼져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진다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 하원의원(뉴욕)과 같은 진보 성향 인물들 중심으로 민주당은 재편될 것이라고 봤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 교수는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에는 개신교의 영향력이 큰 바이블 벨트(bible belt·미 중남부에서 동남부에 걸쳐 개신교의 영향력이 큰 지역)가 있는가 하면, 민주당에선 LGBTQ(성소수자) 권리와 성 정체성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들 사이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아래 국가별, 계층별 빈부 격차가 심화하는 등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박 교수는 짚었다. 미국 내에서도 세계화에 적응한 실리콘 밸리, 월가는 부를 축적했지만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의 고졸 이하 백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